개헌은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개헌은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 승인 2016.11.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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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최순실 게이트로 개헌논의가 일시 잠수하긴 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4일 국회시정연설에서 현행헌법의 개정을 전격제의하고 임기 중에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자신의 주도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예산국회가 종료되면 개헌논의가 재개될 것은 분명하다.

1972년 국회를 해산하고 만들어진 유신헌법을 비롯하여 개헌이 독재정권의 연장방편으로 악용돼 온 우리헌정사에서 대부분의 개헌안은 정부에서 만들어졌고 1960년 4.19혁명직후인 3차 내각제개헌과 현행헌법인 1987년 9차 대통령직선제 개헌만 국회가 주도해 만들었다.

‘개헌논의는 경제의 블랙홀’이라며 금기시 했던 박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론을 들고 나오자 야당들은 일제히 ‘최순실 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의 국면전환과 정권연장용 개헌’이라며 반발했고 내년대선의 잠룡들도 ‘임기 말 대통령은 개헌에서 빠져 달라’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개헌논의의 물꼬를 터준 것에 대해 평가한다’면서도 ‘권력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과거의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 이번개헌은 철저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 개헌이 되어야 한다’며 ‘국회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해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뜻을 비쳤다.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1987년 개헌특위구성에 앞서 개헌의 방향과 폭을 사실상 확정한 ‘여야8인 정치회담’같은 사전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30년 전과 지금의 국민의식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고 몇몇 정치인이 개헌의 골격을 만드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국민투표로 부결시킬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성숙되어있다.

실례로 20대 총선의 경우 전문가로 자처해온 정치권, 언론, 정보기관들은 새누리당의 참패를 예상하지 못했으나 대다수의 일반국민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으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와 광주의 텃밭에서 줄초상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이런 수준의 국민을 두고 개헌을 정부주도니, 국회주도하니 하며 논쟁을 하고 있는 자체가 ‘코미디’며 개헌논의를 공론화하는데 앞장서온 시민단체나 대표성이 있는 저명인사, 지방의회 등이 그냥 보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개헌을 주도할 자격도 없다.

대국민사과를 한 후 하야와 탄핵의 소용돌이에 빠져 지지율이 10%대로 추락된 박 대통령이야 개헌을 주도할 입장도 못되지만 이번만은 국회의 권한강화나 당리당략의 누더기개헌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국민들이 아니며 어떤 형태로든지 개헌참여가 불기피한 상황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시민들이 주도하는 개헌추진민간기구가 발족되어 국회보다 먼저 개헌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박 대통령과 친박에서 선호해왔던 ‘반기문 외치대통령과 친박내치총리’구상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국회개헌특위가 민간개헌기구의 법적지위를 문제 삼아 의견조율을 외면한다면 애써 마련된 이번개헌도 박 대통령임기 내에는 불가능하게 된다.

국회개헌특위에 시민단체대표나 민간개헌기구대표가 참여하는 방법도 있긴 하나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려운 사안이고 기본권의 신장과 지방분권강화, 4차산업혁명경제 등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중앙정당은 국회의원후보만 공천하고 지방의원후보는 지방정당이 공천하는 생활정치를 도입해야만 정치 불신과 서울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도 개헌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난 것은 정권말기에는 유력한 미래권력의 눈치를 보게 되어있는 ‘개헌무산의 법칙’이 작동되었기 때문이며 현재 정부와 여당이 패닉상태에 빠져있고 야권에도 대표주자가 없는 이때가 개헌의 호기다.

이번개헌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파의 유, 불리를 떠나 국가의 백년대계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개헌이어야 하며 박 대통령도 고해성사를 하고 ‘자신은 개헌논의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만 퇴임 후가 보장되며 첩첩산중인 개헌의 험로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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