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분노해야 한다
우리는 더 분노해야 한다
  • 승인 2016.11.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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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분노는 사랑과 함께 개혁의 중요한 동력이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신학계의 석학 한 분을 뵐 기회가 있었다. 그 분과 3시간 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교제의 시간 말미에 결례를 무릅쓰고 그 분께 ‘교수님은 훌륭한 학자이시지만, 아쉽게도 분노가 전혀 없으시다’ 고 말하고 말았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기에 ‘현재 우리들의 삶과 우리 시대의 교회 그리고 이 비틀어진 사회를 보면서 아무런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신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 말씀 드렸다. 다행히 그 분이 내 말을 이해해 주어서 우리는 분노와 개혁이라는 주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최근 일어난 최순실 사건은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그 분노의 대상은 최순실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다. 테블릿 PC에서의 증거가 나오기 전, 박 대통령은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의혹을 단호하게 부정해 왔다. 자신이 가장 분명히 알고 있는 진실을 숨긴 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니. 그 위선과 무능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분노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신뢰할 수 없는 이 정부에 대해 한 가지를 다시 묻고자 한다.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참변을 당해 차가운 물속에 죽어가고 있던 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그 다급한 시간에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자 한다. 이 마땅한 알 권리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정부당국자도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최근 최순실 관련 사건으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행적을 보노라면 ‘세월호 7시간’은 박근혜 대통령 통치의 가장 비밀스럽고 은밀한 부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많아 보인다. 그러기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말해 달라는 것은 마치 상대방의 은밀한 부위인 샅을 보여 달라는 요구와 같아 보인다. 요구하는 사람이 민망하여 차마 봐서는 안될 것 느낌이 드는 것이다. 샅은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비밀스럽고 은밀한 부위이다.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년이나 관음증 환자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샅은 보고도 못 본채 하는 것이 신사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동력삼아 우리는 이 무례한 요구를 하고자 한다. 그 때 박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아울러 우리는 권력 주변을 멤돌고 있는 종교권 인사들에게 분노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해방이후로 정치권력과 최대한 밀착함으로 교회의 이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을 쳐 왔다. 특히 한국교계의 지도자들이 최근에까지 보여 준 그들의 행태는 그들의 속성이 얼마나 정치권력 지향적인 가를 잘 보여 준다. 성경 속의 선지자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왕을 경책하고 권력을 경계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국가 권력에 아부하는 종교계에 대한 분노를 동력삼아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시민들은 특히 분노해야 할 명분이 있다. 왜냐하면 박대통령의 이러한 실상은 그의 가장 탄탄한 지지층이었던 대구·경북권의 유권자들에게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깨지지 않았던 견고한 콘크리트 같았던 지지층은 이미 무너졌다. 그 충격과 분노를 동력삼아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토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난 총선, 친박 의원들이 벌인 그 천박한 행태를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총선 이후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 준 정치 행태는 여전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정말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이제야 알게 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행적의 숨겨진 진실에 우리는 큰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도 놀랄만한 일이 더 있겠지만 충격과 실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가야 한다. 파괴적인 분노가 아닌 건설적 분노의 힘은 개혁의 동력이 된다. 우리는 더욱 분노해야 하고 그 분노의 힘을 개혁의 동력으로 반드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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