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는 왜 노래를 잃었는가 -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종달새는 왜 노래를 잃었는가 -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 승인 2016.11.22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최근의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문득 노래를 잃어버린 종달새 우화가 떠올랐습니다.

갓 깨어난 종달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 종달새는 새로 돋아난 아름다운 깃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노인이 이상하게 생긴 상자를 들고 나무 밑을 지나갔습니다.

이 노인은 일부러 종달새가 앉아있는 나무 밑을 오고가곤 하였습니다.

상자 안이 궁금해진 종달새가 물었습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옳지. 드디어 걸려들었구나.’

노인은 일부러 점잖은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낚시에 꼭 필요한 지렁이가 가득하지. 새들에게도 매우 좋은 것이지.”

이 말에 구미가 당긴 종달새가 다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얻을 수 있나요?”

그러자 노인은 상자를 더욱 귀하게 감싸 안으며 말했습니다.

“네 깃털 하나에 이 지렁이 한 마리를 줄 수 있단다.”

‘어떻게 할까?’

종달새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노인은 얼른 지렁이 한 마리를 종달새 앞으로 내어밀었습니다.

종달새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지렁이를 받아먹고 말았습니다.

지렁이는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어때? 괜찮지.”

종달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노인은 그 길로 사라졌습니다.

이튿날, 노인은 다시 상자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노인은 상자를 살짝 열어보이고는 또 사라질 자세였습니다.

순간, 종달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잠깐만요!”

그러나 한편은 망설여졌습니다.

‘깃털이 없으면 제대로 날 수 없을 텐데……. 하지만 수많은 깃털 중에 몇 개가 뽑힌다고 해서 크게 표 나지는 않을 거야.’

마침내 종달새는 깃털을 뽑아 노인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리고는 지렁이를 받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종달새들이 말했습니다.

“조금 멀기는 하지만 저기 늪으로 가서 땅을 파면 얼마든지 지렁이를 잡을 수 있어.”

“그래, 우리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지 어떻게 털과 먹이를 바꿀 수 있니?”

그러나 이 종달새에게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늘 힘들게 날아다니며 땅을 살펴야만 먹이를 구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가지에 앉아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그것도 맛있고 기름진 지렁이가 아니냐!’

종달새는 노래까지 흥얼거렸습니다.

그 뒤에도 종달새는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면서 자꾸만 깃털을 뽑았습니다.

어느 새 종달새의 깃털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 종달새는 남이 흘린 깃털까지 주워 모았습니다.

그러자 숲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저 종달새가 남의 깃털을 주워간다. 저러다가는 우리의 깃털을 강제로 뽑아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노인은 누구의 깃털인지는 따지지 않고 자꾸 받아 모았습니다.

얼마 뒤, 종달새는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었습니다.

숲속의 모든 짐승들이 이 종달새를 비웃었습니다.

마침내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워진 종달새는 노래는커녕 나무 밑으로 떨어져 어디론가 숨어버렸습니다. 깃털이 없어 날지도 못하였습니다.

우리는 늘 자신도 모르게 함정에 빠져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함정은 늘 우리 스스로가 파는 것입니다. 현실과 타협하며 일상에 안주할수록 그 함정은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