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知)와 행(行)은 하나로 합해야 된다
지(知)와 행(行)은 하나로 합해야 된다
  • 승인 2016.11.2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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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지(知)는 ‘앎’을 말한다. 이 앎은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일종의 정신적 작용이다. 아무튼 빨리 깨닫는 힘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말을 아주 빨리 하려 하다가 도리어 더듬거리거나 막혀버리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더러는 긴장하거나 흥분되면 손짓 발짓이 나오고 상스런 말부터 나오기도 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처럼 말이 빨리 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다(知)는 것은 바로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된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에게도 작용하는 탓이다.

행(行)은 다니는 것을 말한다.

왼발의 걷는 모습은 척이고 오른발 걷는 모습은 촉이다. 척과 촉의 글자가 모여서 다닌다(行)의 글자가 된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왼발과 오른발이 차례로 옮겨야 된다. 척은 작은 걸음이고 촉은 다리에 힘이 부족해 가볍게 다리를 자축거리는 모습이다.

첫돌이 지나면 애기들은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다. 앞을 향하여 빨리 내달리며 뒤뚱거리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다. 주위를 살피기 위해선 멈춰서야 한다. 이것이 척과 촉의 단계이다. 아이의 모습은 최선이다. 같은 또래(行)가 함께하면 더 좋다.

이익의 성호사설엔 왕수인의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에 대하여 생각한 것을 털어놓은 것이 있다. 지행합일은 ‘지와 행은 하나로 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호는 행(行)이란 착실히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착실히 한다는 것은 중용에서 말하는 학문사변(學問思辨)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일을 배우는 것이 학이고, 그 일을 묻는 것이 문이고, 그 일을 생각하는 것이 사이고, 그 일을 변별하는 것이 변이다. 이것을 착실히 행(篤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知)는 행할 때 분명히 깨닫고 정밀하게 살피는 것이다. 이 때 행하면서 정밀하게 살피고 분명히 깨닫지 못하면 어두운 길을 가는 명행(冥行)이 된다.

‘배우기만 하고 그 이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실제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구절로 설명한다.

행(行)은 아는 것이 진실 되고 믿음이 두텁고 성실한 것이다. 알면서도 진실 되지 않고 두터운 믿음과 성실성이 없으면 망상(妄想)이 된다.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구절을 인용한다.

성호는 ‘지와 행은 두 가지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효도하고 공경하는 것은 행이 먼저인 것 같지만 지의 이치가 먼저 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필자가 교사로 근무할 때 옛 서당식 교육의 장점을 채택하여 실천하던 시기도 있었다. 먼저 학습자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기초학습량을 주어 이해(암기)교육을 하였다. 그리고 자율학습과 반복학습을 하도록 하였다. 학습자가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워 나가는 방식이었다. 올바른 학습방법과 성취결과에 만족할만한 집중력이 키워졌다. 교사는 손에 많은 색깔의 색연필을 가지고 정정하고 가필하고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문답식 학습방법이었다. 가능한 많이 묻고 서로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독서하기는 항상 숙제였다. 옛날 서당에서 문리터득의 방법이었다. 널리 배우며, 자세히 들으며, 신중히 생각하며, 밝게 변별하며, 독실하게 행하는 학문사변행(學問思辨行)의 방법이었다. 개인별 능력별 교수학습방법이었다.

기초학습 이해(암기), 자율학습과 반복학습, 문답하기의 교육방법은 우리나라 전통으로 맥을 이어왔다. 지행합일의 교육이었다.

방송, 신문, 잡지 등의 대중매체에서 연일 국가원수의 비선 실세에 대한 문제로 떠들고 야단법석이다. 그런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요리조리 왔다갔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행불일치이다. 정말 꼴불견이다.

다만 국민들만 조용히 차분하게 촛불시위와 묵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행합일의 모습을 보이는 국민들이 온 세계인에 더욱 자랑스럽다. 성숙된 시민의식은 ‘지와 행은 하나로 합해야 한다.’는 맥을 이은 교육의 힘에서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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