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다시 읽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 승인 2016.12.06 21: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우리의 역사적 숙제는 이 한 점에 맺힌다. 깊은 종교를 낳자는 것, 생각하는 민족이 되자는 것, 철학하는 백성이 되자는 것.” 함석헌 선생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요즘처럼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60년 전의 글을 다시 읽고 싶어진 것은 이 시대의 흉용함 때문이리라.

대학생이었을 때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그 글을 처음 읽게 되었고 최근에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그 글을 다시 읽게 되었으니 참 이상한 인연이다.

함석헌 선생은 그 글에서 한국 현대사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지적했다. 첫째는 1945년의 해방이 “참 해방”이 못 되었다는 것이며, 둘째는 정권의 부도덕성, 셋째는 종교기관의 허위와 부패라는 것이다. 간결한 단문으로 말하는 듯 씌어 진 그의 글은 오랜 책을 뒤진 수고가 아깝지 않을 만큼 공감하는 바가 많다.

반세기가 훨씬 넘게 지난 오늘에도 그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도 우리는 박정희 정권의 허탄한 신화에서 해방되지 못했고 그 허탄한 신화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다. 그렇게 탄생한 박근혜 정권의 당연한 부도덕성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구·경북이 그 허탄한 신화의 중심지가 되어 왔으니 투표한 우리의 손을 우리는 충분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보인 새누리당의 그 꼴을 보고서도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으니. 함석헌 선생이 지적한 종교기관의 허위와 부패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함석헌 선생이 지적한 1950년대의 우리나라의 종교기관의 허위와 부패가 어떤 것이었는지 다 알 지 못한다. 그러나 ‘깊은 종교를 낳자, 생각하는 민족이 되자’라는 그의 말은 적지 않은 울림이 있다.

적어도 현재 한국의 개신교는 우리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전도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을 예배당 안으로 인도했지만 예배당 밖, 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돈과 권력과 성에 노출된 한국의 개신교는 하나님과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러워 해야 한다.

함석헌 선생은 말한다. “일찍이 역사상에 위대한 종교 없이 위대한 나라를 세운 민족이 없다. 종교가 잘못되고 망하지 않은 나라 없다. 어떤 나라의 문화도 종교로 일어났고 종교로 망했다. 애굽이 그렇고 바빌론이 그렇고 희랍이 그렇고 중국이 그렇다. 우리의 근본 결점은 위대한 종교가 없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백가지 폐가 가난에 있다 하지만 가난 중에도 가장 심한 가난은 생각의 가난이다.”

위대한 종교가 위대한 나라를 만든다는 그의 말에 공감할수록 오늘을 살아가는 목사로서의 고민은 깊어진다. 청와대를 향한 촛불이 이제는 여의도를 향하여 불을 밝힌다. 혹 그 촛불이 교회로 향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말을 동냥하여 옮겨보자.

“국민 전체가 회개를 해야 할 것이다. 예배당에서 울음으로 하는 회개말고(그것은 연극이다) 밭에서, 광산에서, 쓴 물결 속에서, 부엌에서, 교실에서, 사무실에서, 피로 땀으로 하는 회개여야 할 것이다.”

예배당에서 울음으로 하는 회개가 그에게는 연극으로 보였을까? 한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어떻게 그리 폄하할 수 있느냐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가 말하는 피와 땀으로의 회개에 설득이 되고 만다. 예배당 안에서 흘린 교인들의 값싼 눈물,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덕분이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그의 말은 회개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말과 같아 보인다. 온 국민 앞에서 공언한 말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뒤집는 박대통령의 회개는 우리 민족의 희망이 다. 그에게 충성해 온 새누리당 의원들과 목사들의 회개는 우리 한국의 소망이 될 것이다.

선생이 던진 세 가지 질문을 촛불을 든 우리에게 스스로 던짐으로 어두운 현실에 불을 밝혀 본다. “이것이 참 해방이냐? 이 정권은 정말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냐? 너희는 새 역사를 낳을 새 종교를 가졌는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