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 시대
불가사의 시대
  • 승인 2016.12.0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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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경험이 많다는 것은 세상일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의 혼돈 속에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나름의 경험을 축적해 간다. 정치, 교육,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사회체제 속에서 자기 이념의 씨앗을 성공적으로 내리려면 예상 못한 복병들을 숱하게 만난다. 개인이나 조직의 갈등을 치유 또는 완화하는 일은 쉽지는 않지만 늘 부대껴야 하는 인간의 문제다. 부족한 자원의 보완과 인간관계의 개선 등은 체제의 환경 변화를 유익 쪽으로 인도하는 양약이 될 수 있지만 잘 활용하지 못할 경우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하는 최고의 수단은 종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 또한 사람이 만든 사회체제의 한 부분이므로 종교조직의 이념에 동화되지 못하면 문제해결에 접근하지 못한다. 종교가 보이지 않는 신을 빙자하여 사람을 미혹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게 된다. 종교조차 이럴 진데 여타 사회체제야 말해 무엇 하랴. 민주주의사회에서 강조되는 것은 상이한 체제간의 조화다. 조화를 깨는 주원인은 인간의 탐욕에 있다. 돈, 명예, 권력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매력의 대상이다. 이에 몰입하다 보면 반드시 사달을 만난다. 신은 사람에게 모든 보화를 다 주지 않는다고 한다. 금 수저니 흙수저니 들먹이는 것은 갖지 못한 자를 비호하는 말이 아니라 사회 갈등을 추스르는 측에서 지어낸 말이다. 실제 흙수저들은 입을 닫고 있다. 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평등한 공유는 없다. 누구든 원하는 수저를 갖도록 기회를 줄 뿐이다. 불평등의 평등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더 깊고 험한 사회갈등의 골만 만든다.

나라가 정말 혼란스럽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부러울 것이 없는 대통령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위 군중들의 대통령 하야 함성이 높아가고 장면을 알리는 언론 매체의 분주함이 국민들의 판단을 어지럽히고 불안케 한다. 시위 군중의 증가가 국민들의 마음 표시라고 단정지울 수는 없다. 시위 주최 측의 참가자 수 발표와 경찰의 추계가 엄청 차이가 있다. 어느 말이 맞는지 국민들은 모른다. 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관망하고 있다. 상반된 이념의 갈등 속에 이번 주가 나라 운명의 갈림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탄핵 문제로 국회에 눈이 쏠리고 있다. 재벌을 불러 모아놓고 심문하는 국회의원들의 하는 양이 국민의 대표답지 못하게 보이는 것은 필자만일까.

새누리당 비박이 또 태도를 바꿨다. 민심을 봤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면서 12월 9일 3야당이 발의한 탄핵에 참여하겠다는 말을 했다. 친박은 엉거주춤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탐욕의 끝을 보려는 것이다. 그들은 좋은 세상 다 누리면서 살아왔다. 스스로 당을 궁지에 몰아넣은 장본인들이 민심을 말하면서 조령모개식의 정치를 하는 꼴이 가관이다. 야당은 대통령 하야와는 별개로 탄핵의결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나라의 혼란을 잠재우기보다 정치적 탐욕을 채우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국정 책임자로서 관리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적 꼼수에 따라 정치인들의 의사결정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먼저냐 대통령의 국법위반 사항에 대한 조사가 먼저냐 하는 것은 뒷전이고 촛불 세력을 내 세워 대통령 탄핵에만 힘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마타도어와 사생활 들춰내기, 인신공격 등 별의별 말들이 국민들의 정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 정유라가 대학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데 이어 고교졸업장도 무효가 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우리사회가 왜 이 꼴이 됐나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그녀가 고교에 다닐 때 출석률이 낮았다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운동선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상례처럼 여겨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운동선수의 고교 졸업장에 시비를 거는 경우는 없었다. 성숙치 못한 여성이 잘못이 있다고 해서 고교 졸업장까지 소급해서 박탈한 것은 졸렬한 짓이다. 진보 교육감과 눈치 보기 선수인 관료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지금 우리는 불가사의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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