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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탄핵 이후의 정치행로는?

기사전송 2016-12-18, 20: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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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두 달에 걸친 최순실게이트 때문에 나라는 엉망이 되었다. Jtbc에서 첫 번째 보도가 나가자마자 대통령이 재빨리 사과담화를 발표했지만 진정성도 보이지 않았고 문제가 너무 컸기 때문에 국민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했다. 청와대를 향한 시위대의 행진장소를 경찰의 방어선보다 약간 뒤로 허가해준 법원에서도 촛불집회가 계속될 때마다 점점 더 뒤로 허가하여 나중에는 청와대 코앞까지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폭력이 난무하지 않는 평화시위를 막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여섯 번째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 국회에서는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새누리당의 대거 동조로 압도적인 찬성표로 가결되었다. 노무현 다음으로 두 번째 불행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는 노무현 때와 확연히 구별된다. “다음 선거에 여당이 많이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노무현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운동 불가라는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이 결정된 것이다. 헌재에서 부결되어 다시 복귀했지만 헌정사상 불행했던 사건이 이번에 재연한 셈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전혀 판이하다. 박근혜대통령은 국민이 맡긴 국정운영의 주체다. 그는 성실하고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청와대에서 살아온 박근혜는 어머니가 흉탄에 쓰러진 다음 퍼스트레이디로서 정치의 핵심에서 일한 경험까지 있다. 대통령의 처신이 어떠해야 한다는 기본을 충실하게 배워온 사람이다. 정치지도자 수업을 박근혜 만큼 잘 받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국민들은 그의 겉면만 봤다. 불행하게 부모를 여윈 가녀린 여성이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서 오랜 세월 칩거하고 있는데 대하여 동정심도 발동했다. 그를 정치판에 나오게 만든 사람은 이회창이다. 18년 만에 국민 앞에 나선 박근혜는 대구를 지역구로 선택하여 국회에 진출했다. 그리고 승승장구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그가 가는 곳은 승리를 장담했다.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대표를 맡으며 총선에서 대승을 이끌어내는 저력도 발휘했다. 국민과의 친화력은 보이지 못했지만 당을 이끌어가는 솜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기성 정치인 못지않게 능숙하게 보였다. 어디를 가나 군중은 모여들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으로 손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명박과 당내 경선이 붙었을 때도 대의원들의 표는 압도적이었지만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표차로 밀렸다.

많은 이들은 박근혜가 그 때 당선했다면 이번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뒷등에 달라붙어있는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박근혜는 어렸을 때 최태민에게 홀린 사람이다. 최태민이 죽은 다음에는 그의 딸인 최순실만이 유일한 친구요 동지였다. 박근영이나 박지만 같은 친동생조차 만나지 않으면서 최순실만은 청와대를 무상출입하며 연설문도 고치고 정책까지 조언했다. 차은택의 박·최 공동정권으로 생각했다는 국회증언은 모닥불을 얼굴에 끼얹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끼게 만든다.

박근혜 한 사람의 잘못으로 나라의 명예와 국민의 자존심은 한없이 나락에 곤두박질했지만 이제 후유증을 털고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고지도자를 잘못 뽑은 후회는 필요 없다. 탄핵안은 헌재로 넘어갔지만 야당에서는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윽박지른다. 공무원은 징계가 진행 중일 때에는 사퇴할 수 없다는 법 규정도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나는 그동안 이런 경우를 예상하고 몇 차례에 걸쳐 탄핵과 동시에 개헌을 추진해야 된다고 주장해 왔다. 탄핵과 퇴진은 촛불민심이지만 사실상 그대로 실현되었다. 박근혜는 청와대에 칩거하고 있을 뿐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법적으로 물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나라는 똑바로 서야만 한다. 국민까지 흔들리면 망한다. 제왕적 대통령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게 하려면 하루빨리 현행헌법을 고쳐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양성하고 국민을 사분오열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바꿔야 한다. 그것은 내각책임제 개헌뿐이다.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던 때는 전두환 정권을 뒤엎기 위한 것이었을 뿐 30년이 흐른 지금은 이미 시효가 끝났다. 6명의 못나고 찌질한 대통령들이 아들과 형 그리고 친인척에 휘둘려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심지어 강남아줌마 최순실의 치마폭에 쌓였던 것으로 ‘제왕 놀음’은 끝장내는 것이 국리민복의 길이다. 자칫 구렁텅이로 전락할까 염려되어 다시 한 번 개헌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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