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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매력과 카리스마

기사전송 2016-12-26, 21: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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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토요일 밤, 설교의 내용을 다듬고 있는데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무심코 열어 보니 화사한 그림 위의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온다. 김인육의 사랑의 물리학. 시가 무척 마음에 들어 설교의 마지막을 그 시를 인용하여 마무리했다. 일요일 저녁에 딸아이가 ‘아버지 어제 도깨비 보셨어요?’ 라고 묻는다. 도깨비라니? 뜬금없어 물었더니 그 시가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에서 나온 것이란다. 꼼짝없이 토요일 저녁에 드라마를 보다가 드라마 속의 달달한 시를 설교에 인용한 목사가 되고 말았다.

시인은 그 시를 이렇게 시작한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중학교 물리 시간에 나옴직한 첫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뭔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딱딱한 얘기를 하시나.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에 그만 감정이 무장 해제되고 말았다.

‘제비꽃과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지구보다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허허 이런. 순간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겼던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내 앞에서 웃고 있다. 질량의 크기가 부피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딱딱한 글자가 공유의 음성이 되어 귀를 간지럽힌다.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떨어지게 했던 조그마한 그 계집애의 매력. 내 앞에서만 그렇지 집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 부인해 보고 싶었던 그 계집애의 품위. 정말 사랑의 물리학은 존재하는 것인가. 칼과 총, 권력과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렇게도 끌어당긴다. 첫사랑이 아니라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간의 매력은 여전히 존재하여 우리 사회의 건강한 동력이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느 날 아빠의 이상형은 누구인가 하고 물었다. 나는 아이들과 아내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박근혜’라고 말했다. 왜냐고 묻는 질문에 여성으로서 그 분이 가진 단아함이야말로 큰 매력이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이상형이 엄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라는 이유로 내 여성적 취향에 동의해 주었다. 아내도 자기 아닌 딴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남편의 말에도 그 대상이 ‘박근혜’이기에 그냥 넘어가는 눈치였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내 이상형이었던 그 분에게 놀라운 카리스마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소문이 아닌 진실임을 알고 난 후, 나는 가족들에게 내 이상형으로서의 박근혜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왜 그러시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략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카리스마는 매력과 같이 사람을 끄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매력은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다. 그러나 카리스마는 의도적인 것으로 그것을 발휘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카리스마에 대한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확인했다. 소문으로 나돌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과의 관계가 사실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카리스마의 피해자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태민의 카리스마는 상처입은 사람의 마음을 훔쳤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까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와 매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러나 카리스마는 매력과는 달리 다른 사람을 자기에게 복종하도록 압박한다. 카리스마는 복종하는 자에게 적당한 유익을 제공하지만 그 마지막은 공멸일 가능성이 많다.

위대한 영도자의 영웅적인 카리스마는 지난 시대로 충분하다. 카리스마로 피해를 입은 대통령이 가진 카리스마 때문에 한 해가 혼란스러웠다. 내년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매력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분이 우리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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