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梨大) 나온 여자
이대(梨大) 나온 여자
  • 승인 2017.01.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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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72년 어느 날 새벽, 워싱턴 워터게이트호텔 건물의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괴한 5명이 체포되었다. 애초에 닉슨은 도청사건과 백악관과의 무관함을 주장했으나 대통령 보좌관 등이 연루되고 대통령 자신도 무마공작에 나섰던 사실이 폭로됨에 따라 결국 1974년 8월, 의회의 탄핵결의로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됐다.

당시 닉슨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찰스 콘슨의 책인 ‘러빙 갓’에 의하면 워트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 보좌관들은 그 사건을 은폐하기로 하고 서로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익명으로 한 제보에 그들의 말은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국 모든 거짓은 들통이 나고 그들의 거짓말은 대통령의 탄핵과 사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수십 년 전의 이 사건을 새삼 떠 올리게 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현 정국과 유사성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당시 닉슨 정부에서의 도청 사건이나 현 정부에서의 국정농단 사건이나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탄핵 사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박대통령이 당시 닉슨 대통령처럼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핵심 증인들의 증언도 상황적으로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많아 보인다.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분들이나 현역 군인, 그리고 심지어 대학 관련자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충격이 됐던 것은 우리나라의 기독교 명문대학으로 알려진 이화여대에 재직 중인 분들의 증언이다. 대학은 명령을 따르는 군이나 이익 추구를 위한 기업과는 다른 조직이다. 대학의 생존이나 경쟁이 아무리 심해졌다고 해도 소위 일류대학이 지켜야 할 자존심과 특히 기독교 대학이라면 최소한 지켜야 할 지조가 있는 것이다. 이런 기독교 대학이자 일류대학에서 교수 간에 나이와 경륜에 따른 예의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총장이나 보직교수들이 다른 교수에게 규정상 어긋나는 일을 권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또 설사 총장이나 학과장이 불법적인 행위를 강요한다 하더라도 일반 교수들이 거기에 부응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화여대에서 정유라에게 제공한 특혜라는 부정과 그것을 감추기 위한 거짓은 정말 충격이다. 충격의 강도는 부정보다는 거짓에 더 있다. 누구인들 항상 깨끗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독교 대학인 이화여대에서도 입시 부정이나 학사부정이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류대학이자 기독교 대학인 이화여대의 총장과 보직교수들, 그리고 담당 교수들의 거짓말은 정말 충격적이다.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양심, 교수로서의 명예,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이 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거짓말을 전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한다는 것은 한국 기독교 윤리의 현주소를 드러낸 것이다.

2006년인가 도박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낸 ‘타짜’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김혜수가 도박판을 단속하려 나온 형사에게 쏘아 붙인 말이 회자된 적인 있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사실 단속하러 나온 형사를 앞에 두고 내뱉는 도박꾼 김혜수의 만용이 솔직히 싫지 않았다. 그것은 배우 김혜수의 열연에 대한 공감이자 기독교 대학 이화여대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다소 오만해도 좋다. 이대 나온 여자이기에, 이대에서 가르치는 교수이기에, 이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기에 ‘거짓말은 할 수 없다’ 말할 수 있다면 그 오만함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유라 사건을 접한 이화여대 학생들을 보며 기독교대학 이화여대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그 이대 나올 학생들에게 ‘다소 오만할지언정 거짓말은 말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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