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귀닫는 졸혼
눈감고 귀닫는 졸혼
  • 승인 2017.01.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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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
제포럼 대표
학업을 모두 이수하여 졸업하는 것도 아니고 혼인을 하여 둘이 살다가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을 졸혼(卒婚)이라 한다. 이혼이 아닌 졸혼이란 말을 사용하여 졸혼을 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인생을 다 살았다는 말이 나오는 60대, 70대에서 졸혼이란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수명이 길다고 마냥 축복이 아닌 것이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이 문제요 이래 한평생을 마주한 부부가 다른 쪽을 바라보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일자리가 성성했을 때는 서로 함께 있을 시간이 부족해서 안보이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잉꼬부부들도 다투기 시작한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서로 다른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활을 했던 남남이 서로 꼭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졸혼이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여 각자가 자기 영역을 인정하고 그 독립성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서로 부딪히지 않고 법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혼과 다른 면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결혼관계를 마친다면서 법적인 면은 유지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감정적으로 극단에 이르지 않은 합의된 관계이다.

처음 서로를 모르던 사람들이 사랑으로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둘 사이에 자녀도 태어나 알콩달콩 청춘을 장년을 보냈던 사람들이다. 60, 70세이면 한창 활동기는 지난 시기인데 무엇이 그리 힘들어서 서로를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합의된 다른 삶을 살게 만들까.

우리네 부모 세대만 해도 10대 20대에 결혼을 하여 80세 90세 수명을 다할 때까지 두사람이 같은 모습으로 닮아 가며 해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처럼 변덕이 심한 시대가 아니어서 가능했을까?

한평생을 같이 한 두 사람은 모습도 서로가 비슷해지고 먹는 습관도 취향도 닮아져 있어 남이지만 한 핏줄보다 더 끈끈한 무엇인가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수십년을 함께 한 사람들만이 아는 감정이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작금의 세태는 이러한 자연스러움도 희귀함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물질만능의 극단의 이기주의로 인해 내꺼만 보이는 세태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셈이다. 수명은 100세를 능가할지 모르겠지만 순수는 과거를 넘어서지 못하고 가족, 아니 부부 조차도 분열을 만들고야 말았다. 쌀 한톨도 서로 공유하며 나누는 것이 과거의 부부였다면 요즘은 쌀 한톨도 내 것을 먼저 챙긴다. 내 것을 먼저 챙기고 그 다음에 곁에 있는 사람을 보니 자연스레 곁에 있는 사람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나와 너를 가리지 않던 사이에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뿐만 아니라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부부지간에도 갭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졸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이기적인 간극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남남으로 이혼하자니 그간의 정과 얽혀있는 관계들이 복잡하고 최소한의 파장으로 부부관계에서의 자유를 선언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인듯한 졸혼, 그것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변화는 이제 환경이 아닌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됨이 무섭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점점 희귀해 지고 부부의 연을 맺은 관계, 부모와 자녀 등 최소 단위가 흔들리고 있음이 걱정된다. 사회의 원천이 되는 작은 집단의 이변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가장 기초적이며 안정적이 되어야 하는 관계들이 변수를 가지게 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보다 많은 사회문제를 가지게 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졸혼은 비단 두 노부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정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이다.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되새겨 보자. 유행이라고 모두 덥썩 집어 삼킬 것이 아니다.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결혼생활이 테두리만 유지하고 가장 중요한 사랑과 신뢰의 영혼이 모두 날아가 버린다면 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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