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물이지만, 샘은 강이 아니고 강은 바다가 아니다
물은 물이지만, 샘은 강이 아니고 강은 바다가 아니다
  • 승인 2017.01.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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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광
현광사 주지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들은 모두가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로 생각한다. 지난 한 해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삼고 그로 인해 새로운 정치가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성숙한 국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여 새로운 태양이 떠올라 구석구석 어두운 곳이 없는지를 살펴서 어둠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밝혀주는 정치를 또한 기대해 본다.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는 너 나가 있을 수 없으며 모두가 다 행복한 한 해가 되기 위해서 각자 맡은 바 책무를 다하므로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고픈 마음이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비유품(譬喩品) 제3에서 “삼계화택(三界火宅)”의 비유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중생 사회와 그들이 갖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신 가르침이다. 이렇게 불타는 집인 내 마음의 어두운 것에 갇혀 있으면서도 어두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내 몸에 불이 붙어서 뜨거워야만 비로소 깨닫고 불을 끄려고 한다면 불이 쉽게 꺼지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므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는 것이 자신을 어둠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집을 열 두 채나 짓고 허물어 버리는 것으로 인해서 허황된 꿈만을 꾸면서 단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쉽게 한다면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될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자신을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이끌어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번뇌망상(煩惱妄想)으로 인해서 스스로 몸을 불태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몸이 불에 타서 죽기 전에 불이 타는 집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부처님께서는 제시해 주셨지만 믿지 않고 믿으려고도 하지도 않고 다만 눈앞에 작은 이익만을 쫒다보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무량의경(無量義經) 설법품(說法品)에서 “초중후설 문사수일 이의각이(初中後說 文辭雖一 而義各異)”, 즉 ‘처음이나 중간이나 끝에 설함이 말은 비록 같을지라도 뜻은 각각 다름이 있느니라’라 하셨는데 처음에 설한 가르침은 화엄경(華嚴經)이며, 중간에 설한 가르침은 무량의경이고, 끝에 설한 가르침은 열반경(涅槃經)이라는 뜻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50년 설법 중 40 여 년 동안 설하신 화엄경, 아함경(阿含經), 방등십이부경(方等十二部經), 대반야경(大般若經) 등으로 중생들의 번뇌를 씻어 주시는 것은 다 같지만, 처음에 설하신 가르침인 화엄경은 중간에 설하신 무량의경과 같을 수가 없고, 중간에 설하신 무량의경은 끝에 설하신 열반경과 같을 수 없다는 뜻이다. 비록 처음이나 중간이나 끝에 설하실 때 말은 똑같이 아뇩다라삼보리(阿縟多羅三菩提), 즉 완전하게 증득한다는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얻는다고 하셨지만, 그 뜻이 같은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르다고 하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은 중생을 구원하시고자 법만을 설하시면 되지만, 처음부터 묘법연화경을 설하시게 되면 중생들이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운데 있는 쉬운 것부터 먼저 설하신 후에, 중생의 마음을 성숙시켜 점차로 먼 것을 나타내서 완전한 가르침을 설하면 중생들이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설한 것과 중간에 설한 것과 끝에 설하신 가르침이 비록 말은 같을 지라도 그 가운데 부처님의 마음과 뜻이 다르다고 하신 것이다.

이 경문은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중에 우리가 무엇을 믿고 신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무량의경 설법품에서 “선남자 수성시일 강하정지 계거대해 각각별이 기법성자 역부여시 세제진로 등무차별 삽법사과 이도불일(善男子水性是一江河井池溪渠大海各各別異其法性者亦復如是洗除塵勞等無差別三法四果二道不一)”, 즉 ‘선남자야 물의 성품은 하나이건만 강과 내와 샘과 못과 시내와 큰 바다는 각각 다름이니라. 그 법의 성품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진로를 씻어 제함에는 같아서 차별이 없을 지라도 세 가지 법과 네 가지 얻음과 두 가지의 도는 하나가 아니니라.’

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샘물이나 강물이나 바닷물이나 다 같이 씻을 수 있는 물이지만, 샘은 강이 아니고 강은 바다가 아니라는 뜻이다. 샘은 샘이고 강은 강이고, 바다는 바다라는 뜻이며,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도 마찬가지로, 소승경의 가르침이 대승경의 가르침이 될 수 없다는 뜻이며 삼승법(성문·연각·보살법)이 일불승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불교를 잘못 이해하게 되면 성문의 경계를 부처님의 경계로 잘못 이해하게 된다.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며, 그러므로 부처님은 “방편의 문을 열어서 진실의 길로 이끌어 들인다”라고 하신 것이다. 이 묘법연화경을 받아가져서 믿고 수지하면 이전의 가르침은 소승법과 권대승으로써 모두 방편의 가르침이다. 이것은 실대승법인 묘법연화경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방편으로 설하신 것임을 바르게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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