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알겠는데 마음은 알지 못한다
얼굴은 알겠는데 마음은 알지 못한다
  • 승인 2017.01.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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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중리초등
학교 교장
얼마 전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전 국민이 중계방송으로 증인들의 답변을 들었다. 경험이 많고 노련한 증인일수록 속마음을 드러내놓지 않고 은근 슬쩍 피해갔다. 이름은 들었는데 얼굴은 알지 못한다거나 만나긴 했는데 대화는 하지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명심보감에 ‘호랑이를 그리되 모양은 그릴 수 있으나 뼈는 그리기 어렵고(畵虎畵皮難畵骨), 사람은 알되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知人知面不知心)’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순서대로 구별하여 나열해보았다.

호랑이 겉모습, 호랑이 속뼈(그리기 어려움), 사람 이름, 사람 얼굴, 사람의 마음(알지 못함) 등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증인 개개인의 답변을 그대로 대응시켜 보았다. 그저 흥미로 해 본 나름의 줄긋기 그래프지만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모두 진실성이 없었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은 정말로 알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근본에 따라 거기에 합당한 결과가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에 ‘호랑이가 호랑이를 낳고 개가 개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근본이 중요함을 일컫는다. 증인들은 애초부터 마뜩잖은 자리에 억지로 앉아 있는 것이다.

또한 청문회를 보는 방법도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떤 일을 행해도 참된 결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름대로의 청문회 시청방법을 만들어 보면 지루함과 짜증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학자들이 많았다. 옛날엔 이들을 선비라 하였다. 선비는 학식이 우선 있어야 된다, 그리고 행동이 모범적이고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한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아주 고결한 인품을 가져야 한다. 조선시대는 왕도 선비교육을 받았다. 바로 군주로서의 품성과 품위를 지키도록 선비교육을 받았다.

선비는 한자로 사(士)이다. 회의문자인 선비 사(士)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一)를 배우면 열(十)가지를 안다는 의미에서의 선비(士)이다. 공자가 말한 하나의 도리를 꿰뚫는다는 일관(一貫)이 그것이다. 흔히 많이 사용하는 시종일관, 일이관지, 종시일관, 시종여일 등의 단어들이다.

다른 한 가지는 열(十)을 배우고 하나(一)로 가는 선비(士)이다. 즉 넓게 배우고 나서 간략하게 제한적인 것으로 가는 방법이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박문약례(博文約禮)가 그것이다. 공자는 ‘덕 있는 사람이 글을 널리 배우고 요점을 모아 예의로써 실천한다면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자(程子)는 ‘널리 글을 배우고 예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제멋대로 되고 등한시 한다.’고 하였다. 글을 널리 배움도 중요하고 아울러 예의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논어 자한편에도 제자 안연이 ‘선생님께서는 차근차근 잘 가르쳐 주신다. 학문으로 나를 넓혀 주시고 나를 예로써 다듬어 주셨다.’고 스승 공자의 가르침에 감탄한 내용이 나온다. 학문으로 나를 넓혀 주신 것은 박아이문(博我以文)이다. 나를 예로써 다듬어 주신 것은 약아이례(約我以禮)이다. 이것이 박문약례(博文約禮)이다.

율곡 이이도 ‘성학집요’ 첫머리에 박문약례(博文約禮)로 자기 몸을 닦는데 근본으로 삼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성현들의 이야기를 먼저 실었고 율곡의 이야기를 덧붙여 예의 실천과 개혁의 방향을 탐색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요즘의 학교 교육은 박학다식이다. 널리 배우고 많이 아는 교육만 한다. 학교 교육도 널리 학문을 닦은 후에는 예절을 바르게 하는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너무나 많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꼭 마음속에 지녀야 할 가치는 상실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성할 일이다.

미국의 작가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손수 나무를 베어 오두막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2년 2개월을 살면서 직접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다. 그 곳에서 소로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사회, 자신의 삶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긴 사색 끝에 사회적으로 성공이라 여기는 명성은 사실 허망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성공보다는 참다운 인간의 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선비(학자)들을 보면서 정말 사람의 ‘마음은 알지 못하겠다.(不知心)’고 고개를 저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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