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에 여성계가 뿔났다
여성혐오에 여성계가 뿔났다
  • 승인 2017.02.0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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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대구여성행
복위원장 행정학박
지난 31일 오후 대구여성단체협의회 소속 34개 단체 회원들은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본점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풍자 누드화 전시’를 주도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앞서 1월 24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65개 회원단체는 ‘국회에서 자행된 비열한 여성 인격모독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를 비판하며 전시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전시된 ‘더러운 잠’은 우리 민족이 지켜온 인간애와 예의 등의 가치를 무참히 훼손했으며, 나아가 국민을 모욕한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인격비하, 여성비하, 저질적 성희롱”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도 같은 날 “국정농단 등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성적대상화나 여성혐오로 표현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어떠한 비판이나 풍자도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성평등한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도 여성혐오와 관련, ‘국회에서의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관련 대변인 논평’이라는 제목의 비판 성명을 냈다. “모든 국민의 인권보호와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부처로서,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서 최근 여성을 비하하는 성격의 전시가 개최된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예술이 지닌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언제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과 가치에 기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정치인들도 비판에 가세, 특히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제소 방침을 밝혔으며 당사자인 표창원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시사 풍자 전시회를 열겠다고 작가들이 요청해 와 도와준 것일 뿐 사전에 작품 내용은 몰랐다. 풍자를 하다 보니 자극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긴 하다”고 해명했으며 당직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여성단체의 성명서와 여성가족부의 논평, 여성정치인의 비판과 젠더전문가의 의견은 기본적으로 해당 작품이 시국비판이 아니라 여성혐오·비하, 성희롱에 불과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맞다.

풍자는 누구라도 보는 순간 맞아! 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권력자를 풍자하는 정치적 행위에 있어 표현의 자유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바보짓이다.

뿔난 여성계에 작품전시회가 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인을 탄압하고 예술행위를 억압한 박근혜정권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로 예술가들의 예술행위를 끝까지 존중하고자 했던 취지가 있다고! 물론 대통령은 공인이기에 충분히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촌철살인의 수준 높은 풍자물은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회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은 여성들이 여성혐오로부터의 안전과 자유, 자기존중에 대한 다르지만, 비슷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러한 요구는 민주화를 비롯한 더 큰 사회문제의 해결이라는 명분하에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거나 참아야만 했던 여성인권의 지평을 넓혀 민주화 이후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 없지 않은가?

여성혐오란 여성에 대한 증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으로 이는 성 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 남성우월주의 사상,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포함한 여러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강남역 살인사건, 행정자치부 출산지도, (주)금복주의 여성차별 관행,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바일메신저 상의 언어성폭력 등 정치적인 견해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을 논하는 일이 더 자주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다양한 여성혐오 사건에도 지나치게 점잖았던 여성계가 안전과 자유, 그리고 자기존중감의 가치를 적극 드러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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