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보증금에 대하여
빈병 보증금에 대하여
  • 승인 2017.02.1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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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새해가 되면 사회 경제 환경 등 분야별로 달라지는 제도가 많다. 2017년 들어 달라지는 제도 중 서민생활과 관련하여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빈병 보증금 인상이 아닌가 한다.

이유인즉,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가 또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선술집에서 소주잔 기울이는 서민들의 얼굴에 구김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출고가격 1천 원 정도의 소주를 아무런 가공도 없이 4~5천 원이라는 거대한 거품과 함께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술을 사들고 갈 수도 없는데다 빈병 보증금의 덤터기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울며 겨자 먹기’라는 속담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빈병 보증금’이란 소비자가 유리병으로 된 소주, 맥주 등을 마시고 소매점에 빈병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빈 용기의 회수 및 재사용을 촉진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니까 소주나 맥주 등을 살 때 병 값을 미리 지불했다가, 빈병을 돌려주면 병 값을 다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냥 버리지 말자는 것, 궁극적으로 물자를 아끼자는 뜻이다.

사실 소매점의 빈병 보증금 환불의무는 2003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제도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의무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새해 들어 정부는 빈병 보증금을 병의 규격에 따라 50원에서 80원까지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반환을 활성화시키고 병의 재사용 증가와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를 판매하는 일부 유통업체와 음식점 등에서 이를 빙자하여 소주 또는 맥주 값을 올려 받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식료품의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손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음식 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참에 음식 대신 술값을 올려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빈병 보증금은 말 그대로 맡겨놓았다가 돌려받는 금액으로, 술값 인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은 엄밀히 따질 필요도 없다. 소비자 단체에서도 빈병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한 주류 가격 인상은 즉각 철회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단속에 나서겠다고 했다. 음식점이 돌려받게 될 빈병 값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그뿐 아니다. 일부 슈퍼마켓이나 소규모 가게에서는 빈병 보증금 반환을 꺼리거나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기 업소에서 술은 사지 않으면서 빈 용기만 들고 온다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는 구입처를 불문하고 어디서든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빈 용기를 취급하는데 대한 수수료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보다 넓게 생각해보면, 한두 번 문턱을 드나든 사람은 다시 올 확률이 높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빈병 값을 주고받음으로써 단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편하기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 여겨진다.

소비자 스스로 개선해야할 문제도 있다. 소주나 맥주병에 거리낌 없이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가래침을 뱉는 행위는 병을 재사용하는데 드는 원가를 상승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고 했던가.

추운 겨울, 빈병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노인이 보증금이 인상됨으로 인해 버려지는 빈병이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생계에 지장을 받게 되었다는 탄식어린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한참이나 오래도록 그 잔영이 가슴에 남아있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도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 있는 빈병이나 봉투 등을 소매점이나 마트에 들고 가 본 기억이 없다. 금액이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들고 가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귀찮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제도도 제대로 정착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공감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기회에 제도를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달콤한 이벤트나 유인책이라도 개발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2017년 달라지는 제도 및 관련 법규에 대해서는, 지자체 별로 자세히 안내를 하고 있다. 또한 위클리공감 공식 블로그(koreablog.korea.kr) 등 인터넷으로도 설명이 되어 있으니 참고하여 생활에 활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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