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한다면, 그 다음은?
여성가족부 폐지한다면, 그 다음은?
  • 승인 2017.02.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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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대구여성행
복위원장 행정학박
2001년 여성부가 설치된 이후 늘 그랬다. 정부조직 관련 설문을 보면 축소나 폐지 대상 1위는 여성부였다. 이는 어쩌면 우리사회에 여성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유승민 의원은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면 내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독립된 부처의 위상이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들이 여가부의 존재를 꼭 좋아하시는지도 모르겠다”며 “근로현장의 차별 등 여성의 직접적 문제는 고용노동부나 복지부에서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하였다.

방송 이후 나타난 찬반론을 보면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하는 이들은 “솔직히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이 뭐냐”,“나도 여자지만 여성가족부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이미 남녀평등한데 여성을 위하다 보니 역차별이 발생한다” 등의 의견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딸도 있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나”,“ 남자들은 여자들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른다”,“어차피 뽑을 생각 없었는데 마음을 굳혔다”며 비난하였다.

한편, 유 의원 측은 이 발언이 논란을 빚자 양성평등은 모든 부처의 업무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라며 “성가족부가 역차별적인 부처라서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발전적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 의원 캠프는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현재 여성가족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체성조차 불분명한 상태”라며 “정부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부처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부처로 만들겠다는 의견은 옳다고 생각된다. 현재 여성가족부 인력이나 예산으로는 성평등정책 전반을 수행하기 힘들다. 거기다 부서의 업무가 양성평등이라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라면 기대에 비하여 성과는 더 초라해진다. 여성가족부 사업이 주로 보육과 가족업무에 집중되면서 성평등인권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관련 부서가 축소되는 등 오히려 가족 중심으로 여성의 역할이 재배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과 관련하여 여성가족부의 기능이 확대되고 부서명을 성평등인권부, 양성평등부 등으로 변경하고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 차관급 상설기구인 성평등위원회 등을 신설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정책은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경우 양성평등부로 명칭만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에서 젠더 관련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여성(가족)부는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 속에서 그나마 여성들이 정부가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정치적이고도 상징적인 부서이다. ‘성희롱하면 삼천만 원’이라는 농담조의 말도 전후를 살피지 않더라도 성희롱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고, 성희롱을 해서는 안된다는 최소한의 생각을 심어주지 않는가.

지역여성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여성정책도 중앙정부의 여성정책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 이는 지방자치라는 점에서 보면 비판점이기도 하지만 예산 등이 중앙집권적인 현실에서, 중앙의 정책 수행 결과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줄세우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성 주류화 전략에 따른 양성평등정책의 추진과 점검을 위해서는 여성정책담당관실의 위상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행정의 특정 분야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 행정영역에서의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점에서 일자리, 도시재생, 평생교육, 미디어 등 모든 영역의 정책을 지원, 평가할 수 있는 부서가 되어야 양성평등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행정 전 영역에서의 양성평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세세한 지원정책 하나까지도 관심가질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여성가족부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청소년을 규제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나 노인은 주로 지원을 하지만 청소년은 규제하는 법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업무 성격상 호응을 얻기가 힘들다.

성평등 업무는 그렇다. 가지고 있던 특권을 내려놓거나, 우월감을 접고 함께 하자니 좀 불편한건 아닐까? 아주 불행한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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