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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소녀, 일어나라

기사전송 2017-03-12, 21: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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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일제 강점기의 국치(國恥)보다 더 큰 부끄러움은 가해 국가와 공모하여 그 사실을 은폐하고 가볍게 협상에 임하여 사건 종결에 박차를 가한 당국의 모호한 입장 표명이다. 왜 당당하지 못한가. 사드(THAAD)를 둘러싼 폭력에 가까운 중국의 경제적 대응에 맞서지 못하고, 그 전에 국민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불확실한 북한의 위협을 앞세워 서두르는 정부 당국의 처사가 상식적이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논란의 중심에 선 듯 한 위태로움에 그들의 안위가 걱정이 되기도 하는 두 작가 김서경, 김운성의 당당한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할 말을 하고 쓸 말을 쓸 수 있는 세상이 아닌 탓에 더욱 더 그러하다. 그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소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동학 100주년 기념 무명 농민군 추모비 (정읍, 1994), 민족시인 채광석 선생 시비 조형물(안면도 국립 휴향림, 2000년)등의 의식 있는 작품들로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 이미 오래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일제 식민지 수탈과 대구 3·1운동 역사의 현장인 동성로에 설치를 추진하였으나, 상인들의 영업 방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진정서를 관할구청에 제출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일제강점기의 집단 성폭력 희생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무슨 영업에 방해가 되는 지 안타깝기 그지없던 차에 평화소녀상을 2·28민주운동 기념공원에 설치하되 차후 동성로에 설치여건이 조성되면 이를 옮기기로 중구청과 합의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면서 다소 위안이 되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 1000회를 맞은 2011년 12월 14일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가 중심이 된 시민 모금으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는데, 높이가 130cm이며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은 채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끌려갔던 14∼16세 때를 재현한 모습으로 소녀상 곁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는 할머니들의 고통에 공감해 보라는 의미라고 한다. 표지석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직접 쓴 “1992년 1월 8일부터 이곳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2011년 12월 14일 천 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일본 정부는 빈 협약 22조 2항 “국가는 외국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유를 들어 우리 정부에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고,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다시 거론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들은 현재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만행’을 지우려는 노력을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지속해 왔고 급기야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하는 ‘패악’까지 부리기에 이르렀다. 그리 부끄러우면 그러질 말든지, 그랬다면 반성이라도 하고 볼일임에도 무엇이 그리 당당한지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관련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사실을 면죄부라도 받은 양 기세가 등등한 것이 눈꼴이 시다.

국가 간 협상의 타결은 그야말로 위안부 관련 보상이나 기타 여하한 조건들에 대한 타결일 뿐,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보상이나, 있었던 상처가 없어지게 하는 묘약의 처방은 아닐진대, 그들은 용서가 되었다고 착각을 하는 듯하다. 이제 소녀는 더 이상 아픔의 빈자리를 곁에 두고 외롭게 앉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젠 더욱 더 적극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일어서야 한다. 예술의 표현을 통해서 들불처럼 번져가는 소녀들의 억압된 꿈과 희망의 상징은 피해자로서의 하소연이 아니라 이제는 ‘분노’여야 한다.

김서경, 김운성 작가는 단순히 피해자로서의 한국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해자로서의 한국을 알리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한다. 호치민의 전쟁 박물관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을 접한 뒤, 베트남과 한국에 동시에 설치 예정인 작품 ‘베트남 피에타’ 상을 제작하기로 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상징물 ‘마지막 자장가’란 의미의 작품 엄마와 아기상이 ‘소녀상’만큼 널리 알려져 더 이상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이어져선 안 된다.

세상 소녀들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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