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중년들이여 파이팅!”
고령화 사회 “중년들이여 파이팅!”
  • 승인 2017.03.14 21: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봉조 수필가
오랜만에 세차를 했다. 찔끔찔끔 내리는 비와 미세먼지 등으로 엉겨 붙은 먼지는 기름걸레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심한 얼룩을 만들어, 세수하지 않고 외출을 하는 것처럼 차를 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던 중 세차를 하게 되니, 마치 내 몸의 묵은 때를 벗겨내듯 기분이 가벼워졌다.

평일의 한낮, 지인과의 만남을 위해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연료 계기판의 눈금이 빨간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는 제법 여유가 있기도 하여 자동세차 시설이 있는 가까운 주유소로 핸들을 돌렸다. 평상시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한 도로 만큼 주유소를 출입하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주유탱크 앞에서 차창을 내린 채 기다리고 있을 때, 주유를 하시던 분이 다가와 ‘염색하지 않은 머리카락이 참 보기에 좋다’며 말을 걸어왔다. 당신께서도 염색을 하지 않고 싶지만 흰 머리카락이 특정 부위에만 집중되어 보기가 싫다며, 검정과 흰색이 고루 분포된 손님의 머리카락이 부럽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는 좋게 봐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잠시나마 염색의 불편함에 대한 공감의 대화가 이어졌다.

주유가 끝나고 안내에 따라 세차시설이 있는 곳으로 차를 이동했다.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도 세차기 앞으로 나왔다. 한 사람이 먼저 차에 들러붙은 흙먼지를 고압분사기로 씻어 내리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기계를 조작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60대 후반의 재취업자로 보이는 두 명의 주유원은 2인 1조로 움직이는 팀처럼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목청을 높이거나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차를 앞으로 뒤로 또는 핸들을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이라는 눈짓과 손짓을 더해가며 편안하게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기계적인 세차가 마무리되고 진행 신호에 따라 차를 돌려 나오는데, 두 분이 양쪽으로 나란히 서 계시는 것이었다. 창을 내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데, 잠시 기다리라며 마른수건으로 정성을 다해 물기를 닦아주기까지….

직장으로부터 은퇴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늙지 않아 활동이 충분한 많은 중년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해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일을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분들을 믿고 고용한 업주 또한 우러러보였다. 처음 찾아간 주유소였지만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톡톡히 광고효과를 본 셈이 아닌가. 일전에 60대의 취업률이 20대의 취업률을 앞질렀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으나 별 생각 없이 흘려듣고 말았다. 하지만 앞의 주유원처럼 그렇게 긍정적인 자세로 일을 할 수 있다면 60대라고 하여 취업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의료기술이 날로 발달하면서 기대수명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데, 노인의 기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지 이미 오래이며,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 고령화 사회’도 2026년경에는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늙지 않은 중년들까지 노인에 포함이 되다보니, 특정 부류에 집중된 병목현상으로 전체 인구 대비 노인의 비중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사람의 일생을 약 20년을 주기로 초년, 청년(또는 장년), 중년, 노년(또는 말년)의 4단계로 구분하던 기준도 이제는 조정이 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신체적으로 건장한 상태임에도 나이에 밀려 노년으로 구분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여겨진다. 수익 사업에 민감한 보험업계에서는 이미 100세를 넘어 110세 만기 상품까지 출시되고 있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노인의 연령기준을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이 표면화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중년들이여,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상기해보자. 그리고 건강하고 당당한 정신과 의지를 잃지 말자.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