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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전시장의 무질서

기사전송 2017-03-28, 21: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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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세상사 만만하지 못하여 똑바로 걷기에 불편할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이 필요한 일이 있다. 질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전시회장이나 공연장 등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달 하순,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몇 차례 전시회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이중섭의 ‘백년의 신화’라는 그림전시회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 체코의 화가이며 장식미술가)의 ‘모던 그래픽 다자인의 선구자 전(展)’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이집트 보물전’을 관람했다.

전시장에는 작품 감상의 편의를 위한 동선을 미리 화살표로 표시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의 제작 시기 또는 전시 목적 등에 따라 공간을 나누고, 순서를 알려줌으로써 감상의 이해를 돕거나 차례를 지키며 순조로운 관람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이중섭 그림전시회에서는 그림과 엽서와 은지화(담배를 싼 은박지에 그린 그림)와 일본어로 쓰인 편지가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밴 화가의 편지를 읽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감동의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불쑥 나타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있어 불편함을 느꼈다. 알폰스 무하의 디자인과 광고 포스터 등 의미 있는 전시실에서도 관람객이 많아 차분하고 꼼꼼하게 감상하기보다는 부딪히고 떠밀리며 어깨너머로 또는 멀찍이 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새를 활용해야할 만큼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이집트 보물전에서는 전시실 밖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입장권을 구입하면서 번호표를 받아 전광판의 순서에 따라 입장해야 될 정도의 인산인해로, 우리 일행들은 자유 시간을 가졌다가 예정시간에 맞춰 다시 모여야 했다. 전시장은 무질서의 천국이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느라 전시품 앞을 가리는가하면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리 내어 통화를 하거나, 군데군데 작품을 설명하는 선생님과 초등학생들이 무리지어 바닥을 점거한 모습도 불편함을 더해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입장료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람객 수가 많았으니 성공적인 전시였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야외 전시장도 아니고, 전시실 내에서 소란을 피우며 장난을 하거나 단체사진을 찍는 등 다른 사람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행위는 전시의 관리적 측면에서도 통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전시 공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관람객을 입장시키는 것은 주최 측의 질서에 대한 무의식을 반영한 처사가 아닌지 묻고 싶다.

귀한 작품을 전시하는데 관람객이 많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어지러운 세상에, 때로는 예술 작품 감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거나 힐링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혼잡한 경우라면, 아무리 멋진 기획과 값지고 소중한 작품을 전시한다고 해도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입장객을 한정하거나 전시기간을 늘리는 것 또는 예약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인 전시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등을 이용할 때도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타는 질서가 필요하다. 주변에서는 들어가는 문으로 나가려고 하거나 나가는 문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어 부딪히게 되는 불상사도 자주 보인다. 특히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묘기 자랑이라도 하듯 뛰어오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인격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로인해 사고가 나거나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누구를 탓할 것이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질서와 무질서의 차이를 극명하게 표현한 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순간의 질서가 무너져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더구나 차분한 감상이 필요한 전시장에서라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입장을 배려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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