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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삶의 요철

기사전송 2017-03-30, 21: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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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역사는 형상물의 끝없는 조합이다. 생명이 있든 없든 존재를 인정해 주면 역사의 대상이 된다. 다만 주관성과 객관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고분 발굴에서 온전한 유물을 건지기 위해 디자인에서 출토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작은 호미와 붓으로 조금씩 조금씩 흙을 걷어내는 전문가들의 손끝에서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전에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을 들여다 보기 위해 찾으려는 대상을 짐작해 가면서 기대와 인내를 가지고 더디게 더디게 작업을 한다. 역사는 만들어 졌고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물이다.

어느 한 시대의 역사는 개인 삶이 모인 덩어리다. 정부의 주도로 만든 역사 교과서와 검인정 교과서를 두고 이념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나라가 통일된 하나의 역사를 가져야 한다는 말은 쉽게 하지만 힘센 자가 역사를 요리하고 재단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역사에는 중용이 없다. 있는 그대로 본대로 기록하여 보존해야 한다. 사람의 주관과 이기심이 역사 속에 스며들면 참 역사가 아니다.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상반된 가치가 뒤섞여 역사가 다듬어 지고 그것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아 간다. 그래서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 간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맞추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여기서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 진다. 상반이란 개념에는 비교가 있고 세상의 이치, 즉 형상화 할 수 있는 상대적인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인사를 비롯한 분야의 모든 역사에는 들고 남, 요철과 시소와 같은 이치가 담겨있다. 채우고 버리고 얻고 잃으면서 사는 것이 우리다. 보이는 측면에서 크고 작음, 높고 낮음, 깊고 얕음 등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사랑과 미움, 선과 악, 이성과 감정 등 모든 것들이 서로 다름 속에서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지만 같이 살아야 할 공간을 가지려면 비교의 개념보다 이해와 양보, 겸손과 같은 덕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중용은 어렵지만 같이 사는 지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잊혀 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잘 살던 한 가정이 순간적으로 깨진 것을 보면서 삶의 요철을 실감했다.

고교를 졸업하던 이듬해 어느 가정의 초등학교 아이 가정교사를 했다. 어렵던 시절이라 잘 사는 그 집을 보면서 생활의 비교가 늘 마음을 어지럽혔다. 아이 아버지는 온순한 성품이었지만 내 주장이 강한 집안 같았다. 당시 외국 원조단체가 선교를 목적으로 교회의 유력자에게 무료급식소 운영을 맡기면서 옥수수, 밀가루 등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외원물자가 양키시장 등에 유출되던 것도 그 때다. 오뉴월 여름, 깊게 홈이 패인 옷을 걸친 아이 어머니의 목에는 무거울 것 같은 긴 금목걸이가 늘어져 있었고 손목 팔찌에는 얇은 세공의 금줄이 움직일 때마다 달랑거렸다. 어느 날 길갓집인 그 의 빈 점포에 침상이 놓였고 목과 온 몸 여러 곳에 붕대를 감은 중년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때 유행하던 시발택시 사업을 하다가 친 교통사고 피해자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보험제도가 없던 때라 환자를 집에 데려다 놓고 먹이고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것이다. 원조 물자를 사용화해서 돈을 벌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은 한참 뒤였다.

그 후 풍편으로 들은 얘기는 나를 더 침울하게 했다. 가정불화로 집안이 풍비박산,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아이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한 가정사 이야기지만 여기에도 요철의 원리가 묻어있지 않을까. 내가 가르쳤던 그 때 그 아이는 지금 이순의 나이를 훌쩍 넘겼을 것이다. 인생사의 요철을 생각한다면 선대에 흠집을 입은 후손들의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났어야 한다. 자연의 섭리는 변함없지만 인간사회의 변화는 예측이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던 그가 하루아침에 구속 대상자로 몰리고 있으니 이것도 역사가 만들어 가는 한 줄기가 아닐까. 좋든 싫든 결국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지식의 융합인 제4의 산업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어떤 조직이든 합과 반의 대결 속에서 합일점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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