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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진료실 동명이인

기사전송 2017-04-11, 21: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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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또는 그것만의 특징이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식물 등 생명체뿐만 아니라 사물 또는 특정 현상 등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 한두 글자로 대표되는 사람의 이름에는 얼마나 많은 기대와 소망과 깊은 뜻이 담겨있을까.

생활 주변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우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질감을 느껴 특별히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학창 시절 같은 학급에 같은 이름의 친구들이 있었을 때 번호를 붙이거나 ‘큰’ 또는 ‘작은’이라는 특징을 붙여 부르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단체에서도 이름만으로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아 가명이나 아호를 쓰거나 지역 또는 소속 등 특기사항을 추가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일전에 이름과 관련하여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웃지 못 할 한 편의 콩트와도 같은 일이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어깨와 팔이 결리는 증상으로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대기용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던 중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에 엉거주춤 일어서려는데, 다른 여성이 대답을 하며 진료실로 달려가더라는 것.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순서가 오지 않아, 간호사에게 “‘김O숙’은 왜 부르지 않아요?”라며 물었다고 한다.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진료실로 들어오라며 안내를 했다는 것이다.

미리 준비된 차트를 들여다본 의사는 자신의 증상을 말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팔을 들어 올리고 주사와 어깻죽지의 물리치료 등을 일사분란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이전의 치료방법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그러나 불편한 부위가 왼쪽 어깨임이 분명하고, 물리치료 또한 환부 주변을 넓게 마사지를 하거나 주무르는 등 매우 편안하고 특별한 관리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계산을 하는 과정에 드러났단다. 평소에 비해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은 금액이 나왔기에 놀란 표정으로 “진료비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요?”라고 묻자, 그제야 다시 환자의 이름과 증상과 예약상황을 확인하고는 긴급 사태를 수습하듯 동그라미 하나를 빼고 계산을 마쳤다는 것이 아닌가.

앞의 여성은 비슷한 이름을 잘못 들었을 지도 모른다고 치자. 같은 이름의 또 다른 여성은 해외여행을 앞둔 대비책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한 주사와 물리치료를 예약해놓은 것 같았다는 말에, 우리는 배를 움켜쥐고 한바탕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러나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걱정 또한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연하게도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갱년기 여성들의 공통된 증상으로 불편한 부위가 비슷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둘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알레르기 등 특정 질병을 갖고 있어 상충되는 주사나 약을 처방하게 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소염진통제를 비롯하여 곁들여 처방하는 위장약도 종류가 비슷했으니 다른 부작용은 느끼지 못했고, 덕분에 원하지도 않았던 비싼 주사까지 맞게 되었다며 웃을 수 있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할까?

필자의 경우도 SNS를 통해 터놓고 지내는 지인과 같은 이름으로 친구요청이 왔기에 반가움에 덥석 승낙을 했다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어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병원뿐만 아니라 행정관서, 은행이나 보험, 여행사 등 개인의 생명이나 재산 등과 관련된 민감한 경우라면 부르기 쉽고 귀에 익숙한 이름일수록 더욱 꼼꼼하게 신경을 써주는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한 명의 의사가 진료하는 환자의 수가 많다보면 일일이 환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다소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또는 환자와의 협의를 전제로 진료차트에 환자의 사진이라도 올려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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