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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비대칭 줄다리기 시합

기사전송 2017-04-19, 21: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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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아프리카 팬 부족에게는 다음과 같은 구전설화가 있다. 자신을 대단한 인물이라고 여기고 있던 거북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 밖으로 나가 떠들고 다녔다. “코끼리, 하마, 저, 우리 셋은 아주 대단한 인물들이죠. 우리 셋은 힘과 권위가 모두 똑같아요.” 거북이가 이렇게 허풍을 떨고 다니자, 그 소문은 곧 코끼리와 하마의 귀에도 들어갔다. “흥, 신경 쓸 것 없어.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허풍을 떨고 다니니 상대할 가치도 없지.” 그러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금세 거북에게 전해주었다.

거북이는 우선 숲 속에 누워있는 코끼리를 찾아갔다. “이봐, 친구! 내가 왔다구! 어서 일어나 인사 하라구. 자네 친구가 왔다니까!” 코끼리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다 거북이를 발견하고 일어나 근엄하게 물었다. “이봐, 거북아. 너 지금 누구를 친구라고 부르는 거야?” “자넬세. 자네를 친구라고 불렀지. 안 그런가, 코끼리?” 그러자 코끼리는 화나 나서 대답했다.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내가 왜 네 친구야. 게다가 듣자하니 네가 힘이 대단하다고 떠들고 다녔다며? 나랑 힘이 같다구? 제정신으로 그런 소리 하고 다니는 거야?” “이보게, 코끼리 너무 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보게. 내가 자네를 친구라고 부르며 우리가 힘이 같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네. 자네는 단지 자네 몸집이 엄청나게 크고 나는 작으니까 나를 능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 그것이 사실인지 어디 시험해 보자구. 내일 아침 줄다리기 시합을 해보면 알게 될 것 아닌가?” “그런 것을 뭐 하러 해? 난 한 발로도 너를 짓뭉갤 수 있는데.” “좀 참게나. 최소한 시합은 해볼 수 있잖은가?” 코끼리가 마지못해 동의하자 거북이는 덧붙였다. “줄다리기 시합을 할 때 만일 누군가 상대방보다 더 세게 잡아당긴다면 그 사람이 더 힘이 센 것으로 간주하고, 만일 줄이 팽팽하다면 서로 힘이 같은 거니 그 때는 친구라고 불러도 되겠지?” 거북이는 아주 기다란 덩굴 줄을 잘라 한 쪽을 코끼리에게 주었다. 거북이는 줄의 한쪽 끝을 하마가 살고 있는 물가로 가지고 가서 숨겨 두었다.

거북이는 강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하마에게 가서 소리쳤다. “이봐, 친구! 내가 왔네! 자네 어서 당장 뭍 위로 나오게. 내가 찾아왔잖은가!” 요란한 물소리를 일으키며 물가로 나온 하마는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 “야, 너 각오해! 도대체 누구한테 함부로 친구라고 부르는 거야?” “그야 물론 자네지. 난 자네의 커다란 몸집이 하나도 두렵지 않다구. 난 우리 둘이 힘이 같다고 생각하는데. 만일 자네가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어디 한번 시합해 보자구. 내일 아침 줄다리기 시합을 하는 게 어때? 이기는 자가 상대방보다 힘이 센 것이 되는 거구, 만일 우열이 가려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동등한 거니 그 때는 친구라고 불러야 하네.” 하마는 그 제안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찬성하고 말았다. 거북이는 자신이 쥐고 있던 줄의 한쪽 끝을 하마에게 주며 말했다. “자, 이 한 쪽 끝은 자네가 잡게. 난 이만 가겠네. 내일 아침 줄이 당겨지는 것을 느끼면 자네도 줄다리기를 시작하게나. 이 시합이 끝날 때까지는 먹지도 자지도 말아야 하네.”

아침이 되자 거북이는 줄의 중간 지점에 가서 줄을 흔들었다. 코끼리는 즉시 줄을 잡았고 하마도 자기 줄을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서로 있는 힘껏 줄을 잡아당겼으므로 줄은 팽팽하게 유지되었다. 한쪽으로 쏠렸다가는 또 다시 다른 쪽으로 쏠리기는 했지만 어느 쪽도 힘차게 줄을 자기 쪽으로 완전히 잡아당기지는 못했다.

팽팽하게 떨리는 줄을 보며 거북이는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하마와 코끼리가 배고픈 것도 참고 열심히 줄을 잡아당기게 내버려두고 자신은 먹을 것을 찾으러 갔다. 거북이는 버섯을 배터지게 실컷 따먹고 편안하게 낮잠도 잤다. 오후 늦게 일어난 거북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 멍청이 둘이 아직도 줄을 당기고 있는지 가봐야겠군.” 거북이가 원래 있던 곳으로 가보니 아직도 줄은 팽팽한 상태로 우열이 판가름 나지 않고 있었다. 결국은 거북이가 칼로 줄을 잘랐다. 끝을 팽팽히 잡아당기고 있던 코끼리와 하마는 갑자기 줄이 잘리자 뒤로 벌렁 자빠지고 말았다.

거북이는 끊어진 줄의 한쪽 끝을 잡고 먼저 코끼리를 찾아갔다. “아, 거북아! 난 자네가 그렇게 힘이 센 줄은 몰랐네. 줄이 끊어질 때 난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네. 정말 자네 말대로 자네는 나만큼 힘이 세군. 힘은 몸집에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보네. 이젠 자네를 친구라고 부르겠네.”

코끼리를 이긴 기쁨에 도취된 거북이는 이번엔 하마를 만나러 갔다. 하마 역시 아픈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아, 자네로군. 우린 정말 힘이 똑같구만. 내 커다란 체구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당겨도 자네를 이길 수가 없었네. 이제 우리 서로 친구라고 부르세.”

그 후로 이들 셋은 다른 동물들과 모임에서 만날 때면 항상 제일 높은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왜냐하면 힘이 제일 셌으니까. 그리고 이들 셋은 서로를 친구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들 셋 중 둘은 힘이 똑같은 한 친구의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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