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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그래도, 피노키오

기사전송 2017-05-14, 20: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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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이탈리아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 다빈치를 비롯해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 등의 미술계의 거장들이 먼저 떠오르는, 막연하게 예술혼이 자유로운 나라가 아닐까 싶은, 가보지도 못한 그 나라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건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Le adventure di Pinocchio>을 처음 접했을 때였던 것 같다. 으레 그렇듯 착하고 가난하기까지 한 목수 제페토(Giuseppe Geppetto)는 나의 아버지였고, 서커스단에게 현혹되어 학교를 빼먹기도 하고, 여우와 고양이를 만나 속임수에 넘어가 위태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는 피노키오는 영락없이 모자란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동화 속의 그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징계를 받긴 하지만, 착한 짓을 하면 다시 줄어드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야기는 고래의 뱃속에 갇힌 제페토를 구해내고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마무리가 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읽게 된 피노키오는 피터팬(Peter Pan)과 달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기본이고 어른인데다 폭력적이기까지 한 후크선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네버랜드의 지도자로서의 몫을 잘 해내는 전지전능한 영원불멸의 피터팬에 비해 피노키오는 뛰어난 능력을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유혹에 잘 빠져드는 나약함은 물론이고 목숨 걸고 이루어낸 성과는 겨우 ‘사람 되는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거짓말쟁이였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싫어할 만한 일을 했을 때 겁에 질려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던 것 같고, 커 가면서 물건이건 사람이건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마다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사춘기가 왔을 때는 방문과 함께 마음의 문도 닫고 가족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심하게 앓았던 탓에 거짓말을 할 기회가 없어서 가장 정직한 시기로 남아 버렸다. 사춘기가 지나자마자 밀린 거짓말을 할 기회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글 쓰는 일 외에 현실에서는 보잘 것 없었던 필자는 누구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을 갖기 위해서는 작은 거짓말을, 큰 것을 얻기 위해서 큰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은 잠시지만. 나를 고귀하게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비련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묘약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중년이 되어버린 지금, 거짓말이 주는 공허함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는지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에서도 직언을 하게 되어 오히려 ‘융통성이 없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자’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민낯으로 보여준 토론회들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저리도 요령이 없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가, 적폐청산이라는 과제를 두고 토론을 하던 중에 모 후보가 북한이 주적(主敵)이냐는 물음에 망설이고 더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한 국가로 인정받은 곳이다. 종전이 아닌 휴전인 채로 남과 북이 나뉘어져 있지만, 분명 우리 민족이고 마침내 우리 모두 하나 되어 통일이 되어야 할 한민족이다. 그들의 도발이나 핵무기 개발을 두둔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평화 유지를 위해서 군사력 증강에 많은 혈세들이 예산으로 책정되고 그 와중에 그를 둘러싼 온갖 어둡고 암울한 거래들이 불거진 사례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피터팬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선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억울할 때는 역정을 낼 줄도 알고, 화가 날 때는 짜증도 낼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을 기대한다. 거짓의 화술로 능수능란하게 국민들을 우롱하고 정권이라는 요정 가루를 흩날리며 권력의 날개 짓을 기대하는 어리석은 국민은 아무도 없을뿐더러, 정권교체가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의 내일이 달라질 거라는 조바심을 갖지 않는다. 무슨 연유에선지 어떤 이해관계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그리도 서둘러 진행했던 4대강 유역의 무리한 개발로 인한 기초 생태계의 파괴 등 폐해들이 곳곳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번 내각 구성과 관련하여 하마평이 무성하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에 해당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겠다, 정의를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사람은 당적과 상관없이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서로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거나, 대선을 통해서 알게 된 인사들의 허와 실이 드러났다면, 여야의 균열이나 힘겨루기에 에너지를 소진하지 말고 국민들을 위해서 이번 정권에서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인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진 개인의 능력이 비록 우리와 두드러지게 뛰어나진 않더라도, 고래의 뱃속에 갇힌 국민들의 간절함을 구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피노키오를 원할 것이다. 임기가 끝나고 나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어 함께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거짓말이 아니라 허풍을 떨어대며, 어우러져 지내면 그만이다. 피하고 싶고 인정하기 싫어하는 체계적이고도 구체적인 거짓말은 그야말로, 끝내는 사람을 참 부끄럽게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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