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성(耐性)만 키운 엄중경고 필요없다
북한 내성(耐性)만 키운 엄중경고 필요없다
  • 승인 2017.05.1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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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문재인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국민들이 환하게 웃는다.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보여주지 않았던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대통령상을 벗어나겠다는 대통령은 많았다. 특히 김영삼 이후 문민정권이 계속되면서 친 서민을 표방한 대통령이 많았고 대부분 취임초기에는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줬으나 며칠 가지 못했다. 산적한 업무로 너무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구중궁궐에 똬리를 쳤다. 언론에서도 처음에는 반짝하다가 말겠거니 하는 관행 그대로 비판 없이 권위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을 멀거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더군다나 박근혜정부는 처음부터 문을 걸어 잠갔다. 기자회견조차 1년에 한 번씩이었으니 불통정권이라는 별칭이 아무런 저항감 없이 받아 드려졌다.

그것이 결국 사인(私人)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이어졌고 탄핵으로 막을 내렸다. 박근혜를 쫓아낸 것은 국민들의 촛불에 따른 것이지만 박근혜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국민과의 대화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다.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이나마 매주 한 번씩이라도 회의를 가졌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은 면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게 나라냐”고 개탄했을까. 대통령에 당선한 문재인은 즉시 국립 현충원을 찾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대통령 첫 일정을 잡았다. 그 역시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글귀를 남겨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이렇게 웃으며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 김정은은 장거리 미사일을 쏴 올렸다. 고각(高角) 발사로도 2천km를 날았다. 공격용 정상발사라면 5천km에 해당한다. 미군이 주둔하는 괌은 물론 하와이까지 사정거리에 든다. 북한의 핵 위협은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만 간다. 원자탄은 물론 수소탄까지 만들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며 핵탄두의 소형화는 물론 장거리 미사일까지 개발하여 미국본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구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ICBM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몇 년 전 평양에서 시가행진을 벌이며 장거리미사일을 선보였다. 이 때 국내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진짜가 아닌 모형이다”라는 권위 있는(?) 논평을 냈다. 국민들은 그 말을 곧이듣고 북한에 대해 콧방귀를 켰다. 그러나 그것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것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다. 우리가 부인한다고 북한의 핵무기가 하늘로 올라가나? 손자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적의 능력을 얕잡아보는 것은 심리적 선전전에서나 쓰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대명천지에서는 바보 되기 알맞다. 북핵 도발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효과적인 대응은 어렵다. 유엔 결의로 아무리 제재를 가하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북핵문제로 골치가 썩은 지는 이미 20년이나 되었다. 그들은 비핵에 동의하고 국제 원자력기구에 가입했다가 탈퇴하고 곧 바로 핵개발에 나섰다. 아니 그전부터 핵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위장 가입했을 것이다. 한 때는 영변 핵시설을 폐쇄한답시고 공개적으로 폭파하는 국제 쇼까지 연출했다. 이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 건드렸다가 터지는 것보다는 적당히 덮어버리는 현상유지에만 신경 쓴다. 이른바 6자회담이라는 것이 장장 10년 동안 계속되었어도 단 한 발짝도 앞으로 진전한 것이 없는 것은 이처럼 미적지근한 회담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교체한 트럼프는 뭔가 보여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미연합훈련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칼빈슨항모가 오고 괌에서 발진한 전폭기들이 무시무시한 폭탄투하훈련을 실시한다. 시리아에서는 토마호크를 발사하여 세계를 긴장시켰다. “중국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발언은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을 화약고로 지칭하며 전쟁일보 전으로 보도한다.

중국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던지 북한석탄의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북한은 오불관언 딴 나라다. 중국에서 일대일로 포럼은 새 시대의 실크로드를 내세운 역점사업으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판에 미사일을 쏜 북한에 대해서 관계국들은 일제히 엄중경고를 하고 나섰다. 프에블로호를 납치해도 경고에 그쳤고 미루나무 도끼만행에 대해서도 사과 한마디로 넘어갔다.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때마다 고장난 축음기판처럼 똑같은 엄중경고를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선제공격의 목소리가 나와도 북한은 이미 오랜 세월 터득한 학습능력으로 내성(耐性)만 키울 뿐이다. 내성이 생긴 병균은 초강력 항생제로도 듣지 않는다. 미사일 요격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자 북핵을 용인해온 중국이 거꾸로 한국에 대한 보복을 강화한다. 전쟁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세계평화는 지고지상의 인류의 꿈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가장 영향력이 강한 중국이 북한을 개방시켜야 한다. 같은 공산정권이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은 G2로 성장했다. 북한은 300만이 굶어죽는 세계최빈국이다. 김정은을 인정하고 개방을 유도하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날은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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