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버려진 ‘옥에 티’
공원에 버려진 ‘옥에 티’
  • 승인 2017.05.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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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창녕군 일원으로 봄 정기답사 기행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은퇴 전후의 중년들이 동양 고전을 배우고 연구하는 모임에서였다.

관광버스를 이용해 관룡사, 만옥정 공원, 창녕 성씨 고택, 우포늪 생태학습관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다양한 문화재를 만나고, 자연을 벗 삼아 산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생태탐방까지 할 수 있었던 1석3조 힐링의 기회였다고 할까. 바람이 제법 불기는 했으나, 모처럼 하늘까지 맑아 우리를 기다렸던 듯 상쾌한 하루였다.

옥천리에 있는 관룡사에 도착하여 약사전과 석조여래좌상 등 문화해설사로부터 문화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구룡산 산행을 한 다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점심을 챙겼다. 이어서 창녕공원이라고도 불리며 면적 1만㎡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정문화재와 창녕8경의 하나로 꼽힌다는 벚나무 등 볼거리가 많은 만옥정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에는 창녕군에 소재한 다양한 문화재를 한데 모아 역사적 가치는 물론 교육용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우리 지역과는 비교가 되기도 했다. 문화재로는 신라진흥왕 척경비, 토천 삼층석탑, 창녕척화비와 창녕현감비군 등이 곳곳에 터를 잡고 있었다. 숲과 꽃나무에 드문드문 앉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공원 관리에 대한 창녕군의 의식을 보는 듯 깨끗하고 차분했다.

하지만 크게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만옥정 공원에는 조선 후기의 관아들이 사용했던 건물이라는 창녕객사가 있었다. 문이나 창이 없이 지붕과 기둥과 바닥만이 덩그러니 서 있어, 누군가 관아건물이었다고 말을 하여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객사의 바닥을 장식한 것은 문화재에 대한 경외의 흔적이 아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즐기다가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였다. 뱀 허물을 벗듯 몸만 살짝 빠져나가고 함부로 팽개쳐진 술병과 음료수 캔, 종이컵과 비닐봉지, 깔고 앉았던 신문지 등이 객사 주변을 어지러이 나뒹구는 모습이 참으로 볼썽 사나왔다.

그날은 일요일이라 현장을 관리하거나 제지하는 관리인도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 일행이 공원의 마지막 코스로 그곳에 도착했을 무렵, 때마침 몰아닥친 바람에 버려진 쓰레기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휘날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다음 일정에 지장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쓰레기 줍기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유쾌하지 못한 모습은 비단 그날의 만옥정 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에 더욱 발길이 무거웠다. 사람 있는 곳에, 쓰레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그들은 가정이나 직장으로 돌아가 후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할는지 궁금하다.

그날은 특별히 관광안내를 하듯 버스를 타고 같이 이동을 하면서 창녕에 대한 이모저모를 설명하는 문화해설사가 있어 귀도 즐거웠다. 그러나 관람객 일행이 한 목소리로 쓰레기가 난무하는 현장을 지적하는 말에 문화해설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지각없는 사람들의 행동입니다. 지각이 없는 사람은, 미래도 없는 사람이지요.”라고.

공휴일일수록 관심의 눈길이 필요한 곳이, 문화재를 관리하는 공공시설이 아닌가 한다. 그런 날은 교대근무를 하더라도 관리인이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좋겠다 싶다.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시설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형님의 스마트폰에 내장된 만보계를 확인해보니 1만 7천 5백여 보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또한 만족스러웠다. 운동부족으로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하루 운동은 충분했던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자며, 건강 없이는 시간과 친구가 있어도 이런 멋진 관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감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공원 한쪽에 버려진 ‘옥에 티’만 아니었으면, 참 좋은 하루가 되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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