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까닭 -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까닭 -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 승인 2017.05.3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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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일전 여름철새로서 깃대종의 하나인 쇠제비갈매기가 안동호 주변에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제비보다는 조금 컸지만 갈매기 보다는 훨씬 작았습니다. 그러나 흰빛을 주조(主調)로 회색빛이 적절히 어울어진 그 빛깔과 자태는 갈매기가 분명하였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머리 부분이 윤기 나는 검은 빛이 제비와 흡사하였습니다. 그래서 제비갈매기로 불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앞에 ‘쇠’가 붙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식물 이름 앞에 ‘쇠’가 붙으면 ‘철(鐵)’이나, ‘소(牛)’의 의미를 떠올리지 않을까 합니다. 쇠비름, 쇠뜨기, 쇠파리, 쇠똥구리 등은 ‘소(牛)’에서 비롯된 ‘쇠’이고 쇠물푸레, 쇠기러기, 쇠물닭, 쇠기러기, 쇠뜸부기, 쇠황조롱이, 쇠재기러기, 쇠검은머리쑥새 등은 매우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데다, 원래 종과 비교하여 조금 작은 경우에 많이 붙이는 것으로 보아 ‘단단하다’는 의미의 ‘철(鐵)’과 함께, ‘작다’는 의미의 ‘소(小)’를 함께 품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쇠물푸레나무’의 경우를 살펴보면 물푸레나무 원종(原種)은 야구방망이를 만들 정도로 키가 크고 굵은데 비해, ‘쇠물푸레나무’는 매우 가늘 뿐만 아니라 키도 매우 작습니다. 거기다가 꽃도 잎도 모두 작고 좁습니다. 대신 그 줄기는 매우 단단합니다. 이로 보면 이 경우의 ‘쇠’는 작지만 단단한 데에 무게를 두고 붙인 이름으로 보아 ‘소(小)’와 ‘철(鐵)’의 이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쇠제비갈매기’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불리는 갈매기 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제비보다 조금 더 클 정도로 작습니다. 그러나 단단하여 생활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쇠제비갈매기’의 부리는 제비의 그것과는 달리 갈매기를 닮아 조금 뭉툭하면서도 길었습니다. 자신의 몸에 걸맞은 먹이를 잡으려면 곤충보다는 물속의 물고기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쇠제비갈매기의 먹이 주종(主種)은 빙어와 피라미를 비롯한 냇가의 물고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잘 잡으려면 수면에서 반사되는 햇빛을 이겨내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쇠제비갈매기의 부리 바로 위와 눈 바로 아래에는 흰 무늬가 있어서 반사되는 햇빛 속에서도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쇠제비갈매기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의 크기를 줄여야 했을 것이고, 한번 본 먹이는 놓치지 말고 단번에 잡을 수 있는 보호 장치를 구비해야 했던 것입니다.

또한 날개의 길이도 냇물의 크기와 흐름에 맞추어 적당하게 조정하고 둥지도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냇가 모래밭을 택했을 것입니다.

문득 ‘코이의 법칙’으로까지 불리는 ‘코이’라는 물고기가 떠오릅니다. 코이는 어항 속에서는 5cm의 작은 몸을 유지하지만 냇가에 풀어놓으면 2-30cm로 몸집을 몇 배로 키우는 신비한 물고기입니다. 만약 바다에 풀어놓으면 몇십 몇백 배로 키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코이는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몸집을 늘리는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이 세상을 헤쳐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좁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보다 넓은 생각으로 주어진 환경을 무한하게 확장시키는 힘을 스스로 길러나가야 하겠습니다.

코이와 쇠제비갈매기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우리의 생각 DNA도 치열하게 진화시키면 우리의 몸과 정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쇠제비갈매기라는 이름을 함부로 지나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서로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쇠제비갈매기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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