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는 놀이의 힘
아이를 살리는 놀이의 힘
  • 승인 2017.06.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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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공부법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놀이를 시작한다. 자신의 발가락을 빨며 놀거나 딸랑이를 흔드는 일은 아이가 시작하는 최초의 놀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놀이의 본능을 인간은 죽을 때까지 욕망한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를 ‘사랑과 일과 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의 삶에서 이렇게 중요한 놀이가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뛰어놀던 골목은 아파트와 함께 사라지고 그 시간에 아이들은 학원에서 문제집을 풀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며 보낸다. 그 뿐인가? 예전 부모들이 ‘아이는 당연히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요즘 부모들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놀이란 불필요한 사치’일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은 놀지 못하고 자란다. 놀이는 정말 아이들의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

1. 아이는 놀이를 통해 학습한다.

딸아이가 걸음을 걷기 시작했을 즈음 아이는 혼자 계단을 오르고 싶어 했다. 아이는 계단을 발견하면 여지없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처음에는 내가 손을 잡아주었지만 나중에는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다칠까봐 마음을 졸였다. 딸아이와 10살 차이가 나는 조카 역시 걷기 시작하자 계단을 사랑했다. 어찌나 계단을 좋아하던지 우리 가족은 조카에게 ‘계단 성애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계단 오르내리기를 통해 평지를 걸을 때는 습득할 수 없는 많은 기술을 스스로 훈련한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아이에게 기술의 습득인 동시에 놀이다. 놀이와 학습을 통합하는 과정인 것이다. 미끄럼틀을 타는 일, 자전거를 배우는 일, 줄넘기나 훌라후프를 돌리는 일 등은 모두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습인 동시에 놀이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학습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많은 것들을 놀면서 배운다.

2. 아이는 놀이를 통해 인간관계를 배운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금세 친해진다. 어른들이 서로 가까워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과 달리 아이들은 놀면서 빠르게 서로의 친구가 된다.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이 서로 쉽게 친해지는 것을 보면 그 속도에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 놀이는 아이에게 상대방과 친숙해질 기회를 갖는 사회활동이다. 놀면서 사회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는 지식정보사회가 아니다. 많은 것을 학습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인재가 각광받는 4차 산업사회다. 그런데 공부를 하느라 친구들과 놀지 못한 아이가, 인간관계 맺는 것에 서툰 아이가 과연 좋은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아이가 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쩌면 아이에게 큰 경쟁력을 장착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3. 아이는 놀이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

딸아이가 어릴 때 친구와 소꿉놀이를 하는 것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이는 내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면서 인형을 야단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놀이를 통해 해소한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 돼서(엄마나 아빠, 선생님이나 의사 등)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놀기만 해도 정신적인 문제없이 성장한다.

놀이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이렇게 많은 역할들을 하기 때문에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아동의 놀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놀이 과정에서 주고받기 식 협상을 계획하고, 의견불일치를 조정하며, 규칙을 만들고, 강화하고, 약속을 정하면서 아이들은 타인과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게 된다. 이로써 아이들은 자주적, 민주적, 도덕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피아제뿐만 아니라 많은 아동학자들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도덕성, 사회성, 규칙과 규범, 언어능력, 자기주도성, 협동과 경쟁, 유머 감각, 삶에 대한 열정까지도 배운다고 말하고 있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그만 놀고 공부해!”라고 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 말이다. 공부와는 비교가 안 되는 많은 것들을 놀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아이에게서 놀이의 시간을 빼앗는 어리석은 일을 그만두자. 놀이는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어마어마한 선물을 아이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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