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祈雨)
기우(祈雨)
  • 승인 2017.06.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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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간간히 비가 내리는 오늘이다./어두운 골목길이 길어서/가로등은 추억이다//긴 시간 그 긴 어둠을 걷는다./비를 만날 이유가 희미한 오늘도/어색해 하지 않는다.//그리운 모든 것들은/예견된 만남이 아니라 해도/전혀 낯설지 않다.<기우(祈雨) 전문>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비’는 표면상으로는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도시의 골목길을 걸어가는 이 시의 화자(話者)에게는 비는 기다려지는 이유도 아니지만, 비가 내린다 해서 어색해 하지도 않는다.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이 많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견된 만남이 아니라 해도 비에 대해서 온유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내용인데, 이 작품에서 기우는 기우(祈雨)와 기우(杞憂)의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하는 기우(杞憂)는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기우가 주효한 사례들도 많다.

‘기우에 불과하다’는 말은 한편으로 오만한 표현일 수도 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을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한데, 기우에 불과하다고 단정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나친 기우, 즉 과한 걱정은 번거롭고 성가신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를 구분 짓는 신속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유사한 사례일 수도 있고, 상식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복지부동(伏地不動)하고는 거리가 멀다. 기우는 대책을 강구하려는 걱정이나 노력이 과한 것이라면, 복지부동은 말 그대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뭄이 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북녘이 미세먼지로 가득한 메마른 하늘을 가르고 도발인지 뭔지 모를 미사일을 쏘아 올려 주변국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들의 자존감이 때론 부럽기도 했지만, 우려가 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해가 생길까 굳이 덧붙이자면, 우리는 미사일 하나 개발되더라도 시험발사를 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필자가 군사장비와 관련해서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런 기사를 그냥 지나쳤는지 어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들처럼 성공을 자랑삼아 보도된 적은 없었음이 분명하다. 군수품에 대해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서 악덕 군수업체들이 부당거래를 하고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 각종 로비의혹이 불거진 것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이번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보도 자료를 두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각을 세운 것도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언론에서는 사드 발사대가 성주에 2대, 다른 미군기지에 4대가 보관되어 있다고 보도된 바 있으나, 정식으로 나머지 4대가 보관중인 미군기지의 위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군 통수권자, 즉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보고 누락 사건의 쟁점이 된 사례이다. 이미 보도된 내용을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여 보고서에서 누락한 것은 명백하게 군 통수권자에 대한 미보고로 인한 경질의 사유가 되고도 남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군부정권에서부터 자리 잡아온 군에 대한 관대함과 국가 안보 위기를 기회로 삼아온 일부 집권 세력들에 대한 현 여당이 가져온 불신감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전국은 또다시 조류 인플루엔자가 또 기승이다. 조기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정부의 모습을 두고 파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비상 시 대처하는 속도나 방법도 전부는 아니지만 과거 정권의 미온한 대처와는 달리 꽤 만족스럽다. 홍수나 태풍 등 매 위기상황이 올 때마다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의 지원 범위에 대해서 국민들은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충남대의료봉사단과 충남농협은 올해 10개 지역 4천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장수사진, 문화공연, 법률상담 등 농촌복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농자재 창고에서 피해농가들에게 진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사람이 힘들고 지칠 때 가장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임을 매번 깨닫게 된다.

우민 정책(愚民政策)의 시대는 갔다. 저 어둡고 암울한 시대, 소수의 권력층들이 국민들을 우격다짐으로 다스리는 시대가 다시 올까봐 걱정하는 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다. 여야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여 합치(合致)를 이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결국 역사는 갖은 억압과 집단 이권주의에 편승해서 굽이굽이 흐른다 해도, 부정과 야합의 비릿한 바위를 넘어 결국 바르게 흐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논바닥처럼 갈라진 농민들과 축산 농가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그들의 마른 기침소리가 잦아들 수 있게 저 하늘에서 시원한 빗줄기가 당장이라도 내렸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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