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 승인 2017.06.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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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대구시여성
행복위원장
주민들이 동네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수십 년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님은 푸념한다. 여기저기 동네 개발이 이루어지는데 내 가게 앞 골목은 수십 년 그대로다. 구청에서는 전혀 관심을 안 가져주고, 동네 구의원도 아무 말 없다.

요즘 태극기 안 다는 집이 많은데, 알고 보니 태극기가 집에 없다고 한다. 동주민센터에서 우리 아파트에 태극기를 나누어 줬으면 한다. 그 정도는 개인이 사야지요. 누가 삽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 얘기해 보입시다.

동네에 좋은 아파트가 만들어졌다. 조경이 아름답고 벤치도 많아 주택에 사는 동네 아이들이 아파트에 들어가 놀기도 하고 주부들이 산책을 하기도 한다. 입주민들은 외부인의 출입으로 쓰레기도 많아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며 스크린도어를 설치,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자고 한다. 예전부터 마을에 살았거나, 마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은 담장 허물기가 아니라 오히려 투명담장을 쌓는다는 말에 우려를 표한다. 이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하자는 논의에 늘 따라다니는 우려는 지방이 스스로 자치를 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린아이에게 칼을 맡기면 위험하다는 말이다.

지난 30년 간 진행된 관주도의 제한된 지방자치 경험은 이를 부정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는 민주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개인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중앙정부가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알 수도 없거니와 적실성 있게 해결 할 수도 없다. 주민들이 관심 갖지 않는 정책과정은 예산만 낭비될 뿐이다. 실제 중앙에서 받은 재원은 공돈으로 여기고 단체장 등 지역 정치인의 치적으로 활용하고 주민 역시 재원낭비에 무관심했다. 이렇게 낭비되는 재원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가? 이제 알뜰살뜰한 살림살이를 위해서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자치가 필요하다. 이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는 지방분권과 주민역량 강화라는 두 개의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하는 친환경 자전거이다. 주민은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기 위해서 넘어져도 다시 연습하고, 이웃은 그 연습시간을 기다린다면 함께 라이딩을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자치의 중심 조직은 주민자치회 89%, 이통장협의회 7%로 나타나는 바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초기엔 주민자치위원과 통장, 그리고 동장의 촉진활동이 요구된다.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주권자로서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며 행정서비스의 수혜자이다. 주민자치는 동네에 사는 일반 주민이 자치단체의 운영 혹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과 결과라는 점에서 지역 문제는 주민의 관심에서 토론, 그리고 합의로 풀어나갈 때 진정한 자치라 할 수 있다.

다행히 마을공동체를 만들자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대구광역시도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는 지원사업 공모, 활동가 역량강화, 마을공동체 홍보 및 자원관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마을공동체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마을이란 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경제·문화·환경 등을 공유하는 공간적·사회적 범위를 말한다. 그야말로 먹거리 등 일상용품을 구입하고 아이를 키우며 저녁 먹고 산책을 하는 삶의 공간이다.

마을이라니 좀 어색하기도 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번화가 식당에서 친구를 만나고, 주말이면 차를 타고 여행가는 일상이라면 마을이 낯설다. 인사하는 사람도 없고 누가 사는지도 모르니….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사업이 아닐까?

결국 마을공동체는 마을주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역의 사람과 경제적 자원 등을 활용하여 주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사회적 욕구, 요구를 마을사람들과 함께 해결하고자 나설 때 우리는 국민에서 비로소 시민으로, 시민에서 주민이 된다. 마을에서 주민자치를 한다는 것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경험하는 즐거운 일이다.

주민들 사이의 관계가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마을은 조금 더 멋지게 커져갈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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