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가지 끝에 알맹이가 열린 곳이 영남이다
버들가지 끝에 알맹이가 열린 곳이 영남이다
  • 승인 2017.06.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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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장
얼마 전 예임산악회에서 상주시, 문경시, 괴산군의 3개 시군이 맞닿아있는 청화산을 갔다. 산행 출발지는 상주시와 괴산군의 경계 지역인 눌재(늘고개)에서 시작하였다. 눌재에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표지석이 커다랗게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늘고개는 청화산과 속리산을 이어주는 목구멍과 같은 매우 중요한 곳이고, 특히 낙동강, 한강, 금강의 세 물줄기의 분수령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고갯마루에는 성황당이 옛 모습 그대로 있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말한다. 이 말은 조선 영조 때의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 나오는 말이다. 산경(山經)은 산줄기를 말한다. 신경준은 산줄기를 1개의 대간(大幹)과 정간(正幹)으로 하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나누었다.

신경준은 동쪽과 서쪽 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가르는 큰 산줄기를 ‘백두대간’ 또는 ‘백두 정간’이라 불렀다. 또 산줄기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모든 강의 유역을 경계로 하였다. 그 나누어지는 13개 산맥을 정맥(正脈)이라 불렀다. 이 정맥은 골짜기와 들판을 이루며 뻗어 내려갔다. 정맥은 산맥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였던듯하다.

영조 때 성호 이익은 ‘백두정간(白頭正幹)’에서 서쪽으로 갈려 나간 산줄기를 ‘양류지(楊柳枝)’ 즉 ‘버들가지’라 하였다. 풍수가에서는 ‘오동나무 잎에는 반쪽 씨앗이 열리고, 버들가지 끝에는 알맹이가 열린다.’고 하였다.

성호는 ‘버들가지 끝에 알맹이가 열린 곳이 영남(楊柳枝頭結正心惟嶺南當之)’이라 하였다. 산경표에 나타난 ‘낙동정맥(落東正脈)’은 태백시 구봉산에서 뻗어 내려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의 산줄기를 말한다. 또 ‘낙남정맥(落南正脈)’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의 분성산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한다.

성호가 말하기를 ‘이 두 정맥이 영남지방만은 좌우로 싸고돌아 부산과 김해가 그 문간이 된다. 정맥이 끝난 곳에 물이 고인 형상 모습이다. 그래서 거칠고 사나운 살기가 흔적도 없이 제거된 곳이 영남이다.’고 하였다.

그래서 태백산 소백산 밑에서는 우리나라 유학계의 태두인 퇴계 이황이 출생하였고, 지리산 밑에서는 기질이 강건한 남명 조식이 태어났다고 하였다. 영남 북부는 유교 풍습이 강하고 남부는 절조와 기상을 가진 지역이다. 먼 후일 이곳에서는 지혜와 책략을 지닌 사람이 태어날 것이고, 백성과 나라를 위한 위인이 나올 것이라 하였다.

2009년 개정된 ‘백두대간 보존에 관한 법률’에서는 백두대간을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땅의 지형과 지세를 파악하고 지리를 밝히는데 있어서 백두대간은 그 근본이 되리라. 또한 산줄기마다 강의 주요 발원지가 있어 지역구분의 기본도 될 것이다.

청화산을 조금 오르니 중턱 경치 좋은 바위절벽위에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 표지석이 나왔다. ‘나라를 다스려 태평하도록 기원하는 단’이라는 뜻이다.

또 글씨 우측에는 ‘삼파수(三巴水)라는 글도 새겨져 있었다. 물이 낙동강, 한강, 금강으로 물줄기가 나뉘는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청화산 정상에 오르니 ‘백두대간 청화산 970m’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에서 고개를 조금 돌리니 산 아래 멀리 ‘원적사’ 절이 보이고, 더 아래쪽으로는 마을이 보였다.

주위를 살피던 김대수 전 교육장이 손가락으로 아래 마을을 가리키면서 저기가 ‘택리지(擇里志)’를 쓴 이중환이 말하는 ‘우복동(牛腹洞)’일 것이라 하였다.

우복동은 소의 배처럼 생겨서 난리가 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신비한 동네를 말한다. 호리병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지형을 닮아 붙여진 지명인데 이중환이 잠시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영조시대 이중환의 호가 청화산인인 것이 증명한다고 설명하였다.

택리지에도 ‘청화산은 뒤로는 안팎으로 선유동을 두고, 앞에는 용유동에 임해 있다. …… 우복길지가 청화산에 있다. 이곳은 복지(福地)다.’라는 글이 있다.

그날 산행을 하면서 영남은 물론 한반도가 ‘버들가지 끝에 알맹이로 열린 곳’이 되고, 온 천지가 ‘우복길지, 복지’로 되었으면…. 그렇게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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