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칠면조
러셀의 칠면조
  • 승인 2017.06.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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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미국인들은 그들의 최대명절인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즐겨 먹는다. 추수감사절에 사용될 칠면조 요리를 위해 원래 6kg 정도인 칠면조는 13kg 정도까지 살이 찌워지도록 사육된다고 한다.

사육되는 칠면조들은 아침이 되면 먹이를 주는 주인을 기다린다. 때가 되어 문이 열리면 주인이 들어 온다. 칠면조는 재빨리 주인에게 다가가 주인이 주는 음식을 기다린다. 그러나 주인은 칠면조의 입에 음식을 주는 대신 칠면조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그 날은 바로 추수감사절 전 날이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전 날, 미국 전역에서의 약 5,000만 마리의 칠면조는 이런 예기치 못한 죽임을 당한다. ‘러셀의 칠면조’로 불리는 ‘일반화의 오류’. 이것은 10년 전 혹은 5년 전 그리고 1년 전이나 어제까지 괜찮았으니 오늘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운명의 그 날을 맞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러셀의 칠면조로 불리는 일반화의 오류 현상은 먼저 인간의 죽음에 적용된다. 지구촌에서는 매년 약 5,900만 명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죽음을 맞는다. 우리나라 총 인구 수와 같은 규모의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28만 명, 하루 780명이 세상을 떠나 죽음을 맞이한다.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도 자신의 죽음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지난 10년과 5년이 괜찮았으니 또 어제가 괜찮았으니 오늘도 별 일 없겠지 라고 생각한다. ‘설마 나에게?’ 라는 죽음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죽음을 초월한 듯한 목회자에게도 죽음은 여전히 두렵고 떨리는 것이다. 내 모든 삶을 다 아시고 총체적으로 평가하실 그 절대자 앞에 마주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러셀의 칠면조는 우리로 죽음을 사유하도록 권면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 ‘죽음을 기억하라’는 ‘모멘토 모리’의 교훈은 죽음 자체를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일반화의 오류는 안보에도 적용이 된다. 휴전 이후 수많은 안보의 위기를 겪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켜 온 우리 국민의 역량은 참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다. 우리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 낸 많은 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안보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사드로 인한 공방은 러셀의 칠면조를 생각하게 한다. 도입 절차와 예산 등에 대한 국회 동의는 정치권의 몫이라 하더라도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사드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러셀의 칠면조와 다름이 없는 발상이다. ‘설마 전쟁이 나기야 하겠느냐’는 일반화의 오류는 ‘이러다가 정말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애써 무시하고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호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전쟁이 나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안보의식이다. 안보는 그릇에 담긴 물과 같아서 한번 엎지르면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안보 문제는 물을 담은 그릇이 깨어질 정도의 위기여서 일반화의 오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일반화의 오류’가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대상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일 것이다.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경험해 오던 한국교회가 2000년 이후 지금껏 쌓여왔던 문제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여 많은 분들이 ‘한국교회가 이제 자정능력을 잃어 버렸다’라고 우려할 정도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설마 한국 교회에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라는 생각은 너무 끔찍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하나님 앞에서 결코 할 수 없는 안일한 생각이다. 스스로 계셨던 성전을 무너뜨리시고, 스스로 택한 백성을 버리시기까지 하신 그 하나님 앞에서 우리도 스스로 회개하며 우리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러셀은 칠면조를 통하여 우리를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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