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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범인(凡人)의 명품 셔틀(shuttle)

기사전송 2017-07-23, 2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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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명품이다. 그런 물건들을 만든 이를 명장이라고 한다. 명장이 만든 명품들은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이름값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전국 백화점 명품을 파는 곳마다 고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유감스럽게도 명품이라고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필자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개 문외한이다시피 한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도의적으로 피해야 할 일이다. 가령 사랑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이가 그에 관한 글을 쓴다면 누구도 공감할 수 없다. 공감할 수 없는 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유감임을 고백하는 것임을 독자 분들은 넒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누구나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선물을 특별한 이에게 해주고 싶게 마련이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 특별한 선물이 명품가방이나 의류라면 받는 입장에서도 주는 입장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쁨이 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남학생은 몇 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여자 친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가, 헤어지면서 그 가방을 돌려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세상이 바뀌긴 했나보다. 줬던 선물을 어떻게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놀랍지만, 그 선물을 돌려 준 여학생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커플 반지와 가방 정도는 기본으로 선물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90년대에 접어들어 중고등학교에서 교내 폭력이 심각해지고, 소위 ‘왕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쓰였던 은어 중에 셔틀(shuttle)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은어(隱語)들은 이 얼마나 편리하게 발달하고 구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잘 하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급속하게 전국적으로 퍼진 ‘왕따’와 ‘셔틀’은 사이좋게 관용구처럼 늘 붙어 다녔고, 왕따는 곧 셔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일종의 보직(補職) 개념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왕따는 따돌림을 받는 학생을 일컫는 말이고 셔틀은 그 학생이 가해학생, 즉 ‘짱’의 심부름을 도맡아하는 보직을 수행하는 역할인 셈이다. 처음에는 왕따 학생들에 대한 동정과 이해를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공익광고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피해학생의 몇 가지 공통된 불리한 특성, 이를테면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 등을 발견하고부터 가해학생들의 ‘탓’만은 아니라는 여론이 만들어진 적도 있었다. 마치 얼마 전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한 장소에서 대치하듯 당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법적 공방으로 다투는 일도 비일 비재했다. 의아했던 것은 그들조차도 아이들의 확장판이었다는 점이었다는 점이다. 법원 앞에서 나 홀로 시위를 하는 왕따의 부모와 그에게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하는 다수의 가해 학부모들의 ‘적반하장’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새롭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해 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흔한 일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그런 흔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이루어 낸 이들이 노력만으로 가질 수 없는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정치나 학술계의 명문 세력가나 가업 승계 등의 소위 ‘금 수저’의 정통성이 그것이다. 타고나는 운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무능한 이라 할지라도 유능한 집안 덕분에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는 것을 봐온 평범한 이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격지심이 형성될 수는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답을 소유한 부농이나, 판검사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핸디캡으로 여기며, 졸부나 정치권에 빌붙어 사는 것이 더 비굴함을 잊은 채 살아가는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치장을 해야만 했다. 남들이 혹시라도 무시할까 싶은 노파심에 무리를 해서라도 겉으로 보이는 부분부터 급조하기에 이른다. 매우 왜곡되고 잘못된 부분이다. 평범한 이가 비범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각고의 노력을 해왔겠는가. 오히려 ‘금 수저’보다 더욱 더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비가 오면 그 비싼 가방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품에 꼭 안은 채 정작 더 비싼 본인은 산성비를 오롯이 맞으며 산화되어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리도 대단한 명품을 만든 장인을 존경할 수는 있지만, 그가 만든 제품까지 존경(?)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누가 시켜서 하는 셔틀도 아니고 스스로 그렇게 상품을 신주단지 모시듯 해선 안 될 일이다. 사람에게 소요되기 위해 만든 재화들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을 위하여 사용되는 것임을 인정하고 잊어선 안 된다. 제품은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내구성을 기반으로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명품이라 할 수 있다. 그 좋은 제품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크고 작은 흠집이 생길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으스대기 위한 방편이나 사회적 신분의 상징처럼 명품을 구매 한다면 그의 인격은 범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사람은 누구나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 ‘사람’이 본인 스스로 결국 명품 가방의 ‘셔틀’로 전락해 버리는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은 ‘홍익인간’의 땅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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