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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공감으로 참아내기

기사전송 2017-07-26, 2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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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낮 최고 기온이 무려 40℃에 육박하는 등 기온이 체온을 훌쩍 능가하는 소식을 들으며, 어찌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해가 거듭 될수록 더위가 점점 빨리 점점 강하게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목이 붓고, 열이 나며, 으스스 춥고, 기운을 잃었기 때문이다. 냉방병 등으로 인한 비슷한 증상의 환자가 많다며, 의사는 처방전과 함께 목이 마르지 않도록 수시로 물을 마실 것과 자주 환기를 시킬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약을 복용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오후, 저녁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여유 있게 시내로 나갔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고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젊음의 거리를 걸어보았다.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다가 음악소리가 들려 귀를 쫑긋 세워보았다. ‘뮤지컬 거리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몸 하나 움직이기도 싫어지는 이 더위에 출연자들은 배경음악에 맞춰 신나는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뼉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출연자와 호흡을 맞추었다.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마치 나를 위한 공연인 듯 고맙게 여겨졌다.

공연이 끝나자 모여 있던 관중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나도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거미줄처럼 상가가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상점마다 에어컨을 켜놓은 상태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좁은 상가골목은 넓은 도로에 비해 훨씬 시원했다. 양쪽에서 찬바람이 나오고 있으니, 공짜 복권이라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 극심한 가뭄과 게릴라성 폭우 등 기후변화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예상되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에어컨 사용과 자가용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차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후끈거리는 열기와 아파트나 사무실, 상가 등 생활 밀착형 시설 주변의 에어컨 실외기에서 분출되는 열기가 엄청나다는 사실은 그 옆을 지나보면 알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몸에 배어버린 편리 위주의 생활 습관들로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 자연 현상의 더위에 사람들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더해져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사람들은 또 다시 냉방의 열기를 뿜어내며 악순환의 고리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평년보다 20여 일이나 빨리 찾아온 열대야 속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크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폭염과 열대야에 대한 뉴스를 전해주는 앵커들은 왜 그렇게 단정한 복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뉴스를 장식하는 정치가나 국회의원, 기업가들은 왜 그렇게 정장 차림으로 회의를 해야 하는지. 남성앵커의 목을 옥죈 넥타이에 긴팔 정장,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몸에 붙는 단정한 여성앵커의 재킷에는 얼마나 많은 냉방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는지.

여름은 더워야하며, 겨울에는 추운 것이 정상이다. 인정하고 적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아파트 실내에서 계절을 구분할 수 없는 복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냉난방 에너지를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인식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공감을 느끼면 누가 누구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더불어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역할은 아래에서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적 계층부터 솔선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많은 정책이 눈앞에 보이는 숙제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식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교육제도, 출산과 노령화 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등이 특히 그렇다. 멀리 내다보고, 정부 차원에서 지구가 더워진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적응을 위한 설득과 캠페인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중 내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조그만 위로라도 전하기 위해 땀으로 옷을 적시며 춤추고 노래를 불렀던 거리공연 출연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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