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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여호와의 증인과 대체복무제

기사전송 2017-08-03, 21: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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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름으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종교단체의 뿌리는 기독교다. 예수를 믿는 기독교파는 수없이 많아 이루 헤아리기도 어렵지만 여호와의 증인만큼 유명한 파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70년대에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교도관 보조역할을 했다. 주로 약을 구매하는 수감자들에게 배달하는 일을 하는데 교도관에게 물어보니 가장 정직한 사람을 골라 중간에서 장난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들보다 더 착한 사람을 수감자 중에서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독방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들이 집총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살이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래된 내 기억에 따른다면 지금은 1년6월로 고정된 형기가 그 때에는 더 길었던 것이 아니었든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치적 소신과 신념에 따라 반독재운동에 전념해온 관계로 여러 차례 감옥을 들락거려야 했던 소위 정치범 양심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사람으로서 엠네스티운동에도 앞장섰다. 따라서 신앙 때문에 감옥에 가야하는 그들의 아픈 가슴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여서 헌법상 납세의 위무와 함께 병역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여호와의 증인들이 병역을 거부했기 때문에 줄줄이 잡혀갔고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도 위헌소송이나 병역법 위반사건에 대해서 합헌 또는 유죄판결을 유지해 왔다. 지금도 계류 중이다. 수없이 많은 악질적인 범죄자들과 섞여 이들 양심에 따른 병역법 위반자들은 마음속에 불만을 안은 채 복역을 하고 나온다.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그들이 갈 곳은 없다. 전과자 딱지가 붙어있어 취직도 어렵고 다른 사람들도 달갑게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로 인하여 처벌받은 사람만 1만8천여 명에 이른다. 해마다 600여 명이 처벌받고 있다고 하며 현재 수감자만도 400여 명이다. 이들이 종교적 신념을 바꿔 집총훈련에 임하기를 바라는 것은 정부의 소망이지만 전쟁을 준비해선 안 된다는 여호와의 증인의 독특한 평화사상을 깨뜨릴 장사는 아무도 없다.

이 문제가 점진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그마한 모색을 한 것은 그나마 노무현정부 말기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는 대체복무제로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강열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민여론을 감안하여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 복무기간의 2배로 하고 군복무보다도 훨씬 고되고 힘든 일을 강제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체복무의 임무로 치매노인과 중증장애인 수발, 전염병 감염위험이 높은 병원과 시설에서 합숙 근무한다는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인하여 이 시안은 빛을 보지 못했으며 후임정권은 이를 아예 폐기했다.

이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만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 덴마크, 프랑스, 러시아, 브라질, 대만에서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러나 그들 국가들은 과감히 대체복무제를 채택하여 양심수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특히 대만에서는 양심을 빙자한 사이비신자들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것에 대비하여 대체복무의 기간을 현역복무기간보다 11개월 더 늘렸다. 사실상 1년 동안 더 복무한다는 가혹한 기간연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례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지금은 군복무기간과 똑같은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한 번도 실시해보지 못한 대체복무제를 한국에서 채택한다면 대만의 경우와 똑같은 걱정을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역이 면제되는 중졸이하의 학력을 갖기 위해서 자퇴하는 소년도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국에 유학하여 시민권 획득으로 병역면제를 꾀하기도 한다. 비만으로, 과소체중으로, 어깨탈골로, 결핵으로 온갖 기피수단을 다 쓰는 일부 특권층과 부유층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주장하여 대체복무로 병역을 기피할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 대만처럼 그런 사례가 없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 때문에 대체복무제가 무산되어선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냉철한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이들의 병역법 위반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마지막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고 있는 기조가 유지된다. 다만 초급심에서는 무죄판결이 속출하고 있어 법원내의 판단에도 혼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1년에 무려 32건이다. 무죄판결을 하는 판사들은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사이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대안은 대체복무제 밖에 없음을 촉구한다. 변호사로서 감옥을 선택했던 백종건은 만기 석방된 후 대체복무제 실현을 위하여 끈질긴 투쟁을 전개 중이다. 그가 외치는 “더 큰 희망을 담아” 우리 모두 함께 외치자. “더 큰 희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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