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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갑질은 범죄행위다

기사전송 2017-08-07, 2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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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갑은 매우 억울하다. 맨 처음으로 시작하는 말이 허구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이면 갑이라고만 거론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맨 처음 시작하는 말로는 한글에서는 ‘가’다. 영어 알파벳으로는 A다. 숫자로는 ‘1’이지만 한자로는 ‘一’도 있다.

언젠가 ‘태멘’이라는 출판사가 있었는데 성경에서 첫 글자와 맨 마지막 글자를 따왔다고 한다. 이처럼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글자들이 널렸음에도 요즘 말썽의 중심이 되고 있는 갑질은 고정적으로 갑 우선이다. 이것은 많은 계약서들이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갑을의 쌍방표시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법률상 갑을의 권리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갑의 권리는 을에 우선하며 을은 갑의 전횡에 저항하기 어렵다. 갑과 을의 계약은 대부분 재산권과 관련되기 때문에 갑이 주인행세를 하더라도 을은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일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든 인간은 평등권을 가진다고 헌법으로 못박아놨기 때문에 계급이 높다고 해서 갑 노릇을 해서도 안 되고, 돈이 많다고 해서 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치가 어째서 아닌 것처럼 둔갑한 것일까.

인격의 타락에 그 원인이 있다. 인격은 그 사람의 고유한 품격을 말한다. 많이 배우고 좋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품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자제할 줄 알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회는 어째서 늘 이런 문제 하나로 시끄러워야 하는 것일까.

몇 년 전부터 갑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는데 요새 바짝 더 많아진 느낌이다. 2년쯤 전일까. 그 때도 졸부 한사람이 인천공항에서 공항직원을 신문지로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주먹으로 맞은 것은 아니어서 상처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신문지로 맞은 직원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사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공항의 시스템 운영상 이미 탑승완료가 된 다음에는 탑승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 졸부는 아직 이륙하지 않았으니 문을 열고 나를 태우라는 억지를 부리다가 화풀이를 한 것이었다. 이런 사건이 접종하자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을 비롯한 몇몇 시민단체들이 합동으로 프레스센터를 빌려 갑을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벌였다. 나는 발표자로 참여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그 과정에서 양념으로 유명인사 중에서 이름 세자에 갑과 을이 들어간 사람들을 실명으로 거론했더니 많은 청중들이 웃었다.

요즘 가장 화제꺼리가 되고 있는 사람들은 미스터피자 회장과 종근당제약 회장이다. 이들은 기업인으로 이미지를 좋게 하여 좋은 상품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자기네 식구나 다름없는 계약점들에게 몹쓸 짓을 하거나,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자가용 운전사에게 심한 욕설을 상습적으로 해오다가 걸려들었다. 사회적으로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다지도 저열할 수 있을까 듣는 이들도 민망하기 짝이 없는 욕설을 퍼붓는 것은 인간말자(人間末子)들이나 하는 짓거리 아닌가.

이런 판에 새롭게 등장한 사람이 육군대장이다. 대장 계급장은 60만 국군 중에서 가장 높은 계급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원수(元帥)가 없다. 북한 김일성 일가는 3대를 세습하며 모조리 원수다. 나이 30을 갖 넘은 김정은이 원수 계급장을 달고 거들먹거리며 핵실험을 감행하고 장거리미사일을 쏴댄다. 비핵을 선언한 한국은 핵개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이 한국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나라의 안보가 위기에 휩싸여 있는 시국에 육군대장이란 사람이 공관병들을 상대로 옛날 사또노릇을 했다고 하니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국방부장관은 공관병을 철수시켰다. 공관에서 근무하는 장병을 공관병이라고 부르는데 법적 근거가 있는 근무행태인지 아리송하다. 설혹 필요에 의해서 공관병이 근무해야 한다면 그들의 임무는 철저하게 공관경비에 국한해야 한다. 취사나 세탁은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가 아니며 더더구나 잔심부름은 학교폭력의 유형인 ‘빵 셔틀’과 유사하다. 군의 하급자이지만 그들에게도 명예와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조성해주지는 못할망정 최고계급의 군지도자가 앞장서 이들을 짓밟은 것은 관행적으로 형성된 적폐중의 적폐다. 한마디로 범죄행위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정부에서 저질러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조차 파헤치고 있으며 엄중처벌을 면치 못하는 범죄로 취급되었다. 하물며 공관병들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빼앗은 대장부부의 갑질은 당연히 처벌 받아야할 범죄행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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