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현실에 청년들의 선택
워킹 푸어 현실에 청년들의 선택
  • 승인 2017.08.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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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
제포럼대표
매일 열심히 일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생활수준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을 워킹 푸어(working poor)라고 한다. 처음 이 단어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미국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유행이다. 아무리 일을 해도 변하지 않는 수입,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계층이동이 쉽지 않다.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 지고, 있는 사람은 부를 성취하기 더 쉽고 한번 성취한 부는 대를 이어가니 태어날 때부터 부가 없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대를 잇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가난이 싫은 부모는 자식만큼은 최고가 되라고 사교육은 물론 대학교, 대학원까지 교육지원을 했지만 막상 최고 학부를 졸업한 아이가 제 갈 길을 못가고 백수가 되어 부모에게 기생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당사자인 젊은이들은 자신의 전공을 밀어붙여 원하는 직장, 직무를 갖고자 했지만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현실이 다름을 알고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한해 두해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생활에 올인하며 근무 했지만 별달리 나아지지 않는 쳇바퀴 생활에 또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자신이 몇 년간 했던 전공을 뒤로 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기술, 기능을 배우는 것이다. 하루 종일 직장에 메어 살면서 똑같은 급여를 받거나, 회사 여건이 안 좋아 급여마저 받는 것이 불안함을 버티지 못한 궁여지책이다.

이들은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 회사원의 타이틀을 버리고 타일공, 용접공, 전기공 등의 노무직을 선택한다. 김씨, 이씨 등 아저씨 소리를 듣지만 이들이 받는 안정적 페이에 만족한다. 그리고 이들은 해당 기술을 연마한 후 외국으로 나가 여유로운 복지와 안정적 수입으로 제2의 삶을 살려고 한다. 국내는 여전히 일자리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마냥 어렵다. 또한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도 언제 어떻게 명퇴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큰 조직의 부품이 되는 것보다 혼자 온전한 기술을 발휘하는 기술자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큰 기업에 소속되어 화이트칼라로 근무하는 기간은 잠깐이고 이후의 삶이 더 길기 때문에 불안한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보다 스스로가 기능을 제공하고 수입을 창출하는 기능공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기능공들의 숫자도 적고 이들의 하루 일당이 대기업 못지않기에 아예 직업을 선회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4년 혹은 6년의 전공을 포기하고 2년 3년의 기술훈련을 받고 새로운 직종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직에 대한 대우가 낮은 국내 보다 이들의 대우가 좋고 사회적 차별도 없는 해외로 생활터전을 바꾸는 것이다.

안 되는 취업전쟁을 일찌감치 접어 버리고 단순 노동의 길로 접어든 이들은 원하는 만큼 일하고 원하는 만큼의 수입으로 만족한다. 기술을 제공하는 기능공은 퇴직이 없다. 스스로 일할 체력이 있는 만큼 일을 할 수 있으니 잘릴 걱정도 없다. 인생의 하이라이트 기간을 대기업에 올인 하기 보다는 원하는 수입과 시간을 스스로 정하며 삶을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선택이다. 기술자가 대우 받고 존중 받는 다른 나라로 가는 청년들이 많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고학력의 청년들이 일을 찾지 못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백수가 되어 귀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잘 할 수 있는데도 기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의 선택도 자신의 미래도 보류하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전공을 버리는 젊은 인재들의 안타까운 선택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분명 고학력 전문 인재이다. 이들은 수년간 해당 공부를 했고 이 분야에 대한 무궁한 발전 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노동을 선택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또한 이들의 종착지가 국내가 아님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젊은이가 빠져나가는 국가는 미래 발전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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