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同胞), 교포(僑胞) 그리고 민족(民族)
동포(同胞), 교포(僑胞) 그리고 민족(民族)
  • 승인 2017.08.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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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한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접했다. 어머니와 국내에서 거주하는 고려인 4세인 19세 소녀가 성인이 되면 우리나라에 체류할 수 없어서 추방당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귀화를 하는 건 어떨까 관련법령을 찾아보았더니 ‘국적법’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 제5조(일반귀화 요건)에는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어야 하고 민법상 성년이어야 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국어능력과 대한민국의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素養)을 갖추고 있으면 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서 공동생활을 오랫동안 함으로써 언어나 풍습을 함께하는 인간 집단을 민족 또는 겨레라고 한다. 같은 겨레, 즉 민족은 동포라고 한다. 재외 거주하는 동포들은 그 나라의 국적을 붙여 재미교포, 재일교포 등으로 불린다. 얼추 동포와 교포는 혼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포도 동포도 아닌 조선족, 고려인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그 수는 중국과 러시아 외 독립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200만 명, 고려인이 53만 명에 이른다.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재외동포법(在外同胞法)이란 것도 있지만, 재외동포의 범위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해외 영주권자’,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국적을 포기한 사람과 그 직계 비속’으로 제한함으로써 문제가 있었다. 즉 제정 당시의 규정에 따르면 1948년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나가 외국 국적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는 많은 중국 동포와 러시아 지역 동포는 재외동포의 범위에 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이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정이 내려져 2004년 개정되면서 재외동포의 정의 규정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해외 영주권자’,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로 하여,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재외동포의 범위에 포함하도록 규정이 변경되었다.

조선족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韓民族) 혈통을 지닌 중국 국적의 주민들을 가리키고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시대적 배경과 이주 사유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공통된 점은 근대 일제 강점기 때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망명 이민도 그 수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찌되었건 1세대 이주민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지금은 4세대에서 5세대로 건너가는 시기에 대한민국 정부의 처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조선과 고려는 익숙한데, 조선족과 고려인은 낯설다. 왜일까. 광복절을 맞아 애국 열사와 의사들의 항거하던 일제강점기의 외침이 숙연하게 와 닿는 계절에 이들의 관계정립이 왜 이리도 불편하기만 할까. 이들은 재외동포법(在外同胞法)이 제외동포법(除外同胞法)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앞서 기술한 국적법과는 달리 현실은 ‘F4 비자’를 받으려면, 4년제 대학의 졸업장 혹은 기능사 이상의 국내 공인 자격증이 있거나, 일정 소득 이상의 전문직에 종사해야 한다. 문제는 이 단서 조항은, 선진국 출신은 해당하지 않고, 오직 중앙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온 동포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들의 인식에 대한 변화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선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할 뿐만 아니라 전산능력도 뛰어난 젊은이들이 많다보니 그들은 해킹이나 한때 큰 이슈가 되었던 보이스피싱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인지상정이라 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도움의 손길도 많아진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매년 3·1절이나 광복절 등이 되면 그들을 재조명하고 처우를 개선해 나갈 것을 언론과 방송에서 다짐해보지만,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는 걸 보면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축제를 벌여 노고를 치하하듯 단발에 그칠 사안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어찌 보든 동포다. 4세대라고 해서 외국인 취급을 해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그리되면 그들의 부모는 우리 동포고 자식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같은 한민족이다. 그런 이들의 자손들이 상당수가 고려인, 조선족이란 불명예스러운 의미의 속뜻으로 남았다.

그들을 포용하기에는 그들의 경제적 가치나 국민들이 가질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정치인도 있다고 한다. 설령 그들을 동포로 인정하는 것이 당장에는 익(益)보다는 실(失)이 클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조국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면 언젠가는 국익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믿는다. 오직 조국 해방과 독립을 위해 나라에 목숨을 바친 그들의 선친들이 개개인의 손익을 따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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