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정은 흥행이 아니다
정치·행정은 흥행이 아니다
  • 승인 2017.08.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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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대통령 중심제나 내각제 할 것 없이 행정부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현대국가를 행정국가라고 한다. 국민생활과 관계있는 모든 분야를 국회에서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불가능 하므로 행정에 법규 제정을 위임하고 있다. 그 세세한 범위가 엄청 크고 많으므로 행정부의 수반은 자연 큰 권한을 갖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국회를 경시하는 풍조마저 생긴다. 국회의 제재를 받기 싫어하는 정부가 국민여론을 핑계 삼아 입법부를 곤란한 경지로 몰아넣는 것을 자주 목도한다. 광장 촛불로 집권하게 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문재인-민주당 정부라면서 여당을 치켜세웠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어째 힘이 없는 것 같다. 행정부의 권한일지라도 국민간의 갈등이 깊은 문제는 국회와 논의하는 것이 옳다. 우리 국회에는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생각을 국가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주 책무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약체가 되어 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부에 밀리면서 자기 도생을 위한 일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회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어디에서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겠다고 말한다. 얼른 보기에는 국민과 소통 잘하는 서민대통령 같지만 이는 대의제를 무시하는 행태다. 그는 간접민주주의체제보다 직접민주주의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두 체제가 모두 국민참여 형태인데도 직접민주주의-참여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신고리 5·6호를 보자. 국민여론을 듣자면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조직은 정부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그 구성도 입맛대로 하고 정부의사를 입김으로 불어넣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국가대사를 결정하게 되면 국회는 할 일이 없어진다.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정치·행정을 하겠다면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의원 수 줄이기에 정부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세금을 축내는 국회의원, 할 일이 별로 없는 국회의원을 줄이자는데 반대할 국민들은 없고 대통령의 인기는 절정에 달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0대 안 팍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정치·행정을 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SNS세대 스마트폰 세대다. 여기에 맞추어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등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했던 이들을 국민소통수석과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앉혔다. 젊은이들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정부의 PR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흔히 정치인들이 입 버릇하는 국민들은 도대체 누굴까. 국민들이라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이 일컫는 국민들은 보통사람들이 말하는 국민들과 다르다. 그들 아류 층의 지지자다. 연예인들을 따라 다니는 팬들과 유사하다.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동색의 정치인을 추종하고 댓글을 달고 카톡에 ‘좋아요’를 분칠 한다. 그들은 자기탐닉으로 만족을 삼는다. 인기인처럼 정치하는 사람들은 반대파의 댓글에 겁을 먹는다. 국회의원이 집중적 메일 또는 댓글 폭탄을 맞고 안절부절 못하는 꼴을 많이 봐 왔다. 이런 식으로 나라 정치가 이뤄지고 국회의원들이 운신의 폭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국민대표라고 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국회보다 정부를 더 선호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뿐이다. 대통령 우표를 사려고 줄을 선 모습과 지지율 80%라는 말을 들으면서 문 대통령은 기분이 좋을지 모르나 이는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경과는 별개다. 대통령은 연예인이 아니므로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지지도라는 것은 하늘의 구름, 바람 든 풍선과 같은 것이다. 좋든 싫든 정치·행정이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시스템 속에서 행해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대의정치인 만큼 어수룩하고 골치 아픈 존재라 할지라도 국회를 홀대해서는 안 된다. 협치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100대 국정과제를 실천하려면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국회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나 야나 속이 빤한 정치행태가 보기 싫어서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비례대표 없애고 국회의원을 2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대놓고 한다. 대의민주주의 원칙 안에서 국민들의 소리를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정치·행정을 흥행으로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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