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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어이가 없다’는 말

기사전송 2017-09-05, 20: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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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어이가 없다’는 말이 있다. 매우 황당한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이 말은 일전에 영화 「베테랑」에서 주인공의 명대사로 알려진 이후 더욱 자주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유래를 찾아보니,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 오는 말로 어이(또는 어처구니)란 맷돌의 위와 아래의 판을 연결해주는 손잡이를 말하는데, 이것이 없으면 정작 중요한 본연의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황당할 따름이라는 말을 빗대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내가 정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평소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수시로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흔들거나 인격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버렸으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매월 둘째 화요일은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 낮 시간에 하는 콘서트)」 감상을 위해 친구와 만나는 날이다. 나는 대구에서, 친구는 양산에서 부산 ‘영화의 전당’까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지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우리들에게 이런 정기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실수를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은퇴 후 끓어오르는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배울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하루하루 집을 나서는 시간이 다르다. 그래서 공부하는 학생처럼 일과표를 만들어 놓고, 저녁에 미리 다음날의 일정을 확인하고 알람을 설정하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8월은 휴가철인데다 배우는 과목에 따라 휴강이나 방학 중인 경우도 있어 잠시나마 알람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이어졌다.

그런 중에도 월요일 저녁 알람 설정을 위해 휴대전화를 만졌던 기억이 또렷하다. 소풍 전야에 잠을 설치는 어린아이처럼 나도 중간에 몇 번 눈을 뜨는 등 잠을 설치다가 새벽에 잠시 깊은 잠에 빠졌던 모양이었다. 편안하게 누워 있다가 살며시 눈을 뜨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 싶어 스프링 튀어 오르듯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아뿔싸, 몸을 단장하고 출발해야 할 시간이 이미 한참이나 훌쩍 달아나버렸으니…….

날아가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먼저 카카오톡(Kakao Talk)으로 사정을 알렸다. 늦잠을 잤노라고 사실을 말하는 수밖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솔직한 것만이 오해 없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어쩔 것인가. 친구에게서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며, ‘공연은 혼자 감상하고, 영화나 같이 보자’는 대답이 날아왔다.

생활 중에도 어이없는 실수는 다반사로 일어난다. 가스 불을 켜놓은 채 다른 일을 하다가 냄비를 태우거나, 밤새 작성해놓은 문서를 저장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가는 등 사소한 곳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평소 따지기 좋아하고 자기관리가 매우 철저하던 사람이 전화 한 통에 무너져 사기를 당하는 것도 그런 유형이 아닐까 싶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곰곰이 되짚어 확인을 해보니, 알람을 설정한다는 것이 오히려 설정된 알람을 해제시켜놓은 것이었다.

어이없는 일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한 사람의 졸음이나 음주 운전 등으로 무고한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교통사고가 그렇다. 안전장치를 소홀히 하거나 기본적인 장비를 챙기지 못해 조난을 당하거나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술실에서 의료도구를 꺼내지 않은 채 봉합을 하는 의료사고 또한 아차! 하는 순간의 어이없는 실수로 빚어지는 일이다. 자신의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이름 모를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 군중심리에 편승한 휴양지에서의 무질서와 소란 행위 또는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얌체 같은 행동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로 보인다.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중요한 일을 그르치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이가 없다’는 말을 그저 웃어넘기는 말이 아니라 작은 일일수록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경종의 메시지로 여기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의 끈을 바짝 조여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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