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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자존감의 결로(結露), 시인

기사전송 2017-09-17, 20: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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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시인이다. 알아보는 이는 드물지만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 시인, 한마디로 그저 그런 시인이라면 얼추 필자의 소개가 될 것 같다. 몇 작품을 제하고는 요즘 작품 활동이 뜸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치열하게 쓰고 있다.’는 답변을 하지만, 그 치열한 작품(?)들은 꼭꼭 숨어 있나보다.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동네마다 횡단보도 하나쯤 건너거나 한 블록 정도만 걸어가도 볼 수 있던 동네 서점들이 이젠 모두 사라지거나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모순되게도 서점들의 수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는데, 작가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서점의 감소에 대해 혹자는 온라인 서점들이 활성화되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온라인 서점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신간도서들이 출간된 지 한 해도 가기 전에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묶음 배송 판매되는 걸 보면 수익성이 클 수는 없을 것 같다. 덕분에 요즘 도서는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가격에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예전엔 벼르던 책한 권이 손에 들어오면 천천히 곱씹어서 읽는 식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권을 한 번에 구매하다보니 허겁지겁 독서를 하는 버릇도 생겼다.

문학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독자였다가 저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1943년에 「심리학평론」(Psychological Review)을 통해 ‘동기이론’을 발표하였는데 그것이 이른바 ‘욕구단계이론’이다. 그의 동기이론은 욕구이론 또는 성장이론의 기초라고도 알려져 있다. 그가 주장대로라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를 비롯한 5단계를 거쳐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 최근 들어서 흔해진 방법이 ‘작가’가 되어 보는 일이다. 문학관련 잡지도 다양하다. 일반인들에게 등단의 기회를 주는 문학잡지들은 출판사 사정에 따라 월간지를 비롯한 격월간, 계간, 연간지에 이르기까지 간행되는 시기들은 제각각이다. 신인문학상을 제정하고 수시로, 엄밀하게 얘기하면 잡지가 나올 때마다 원고를 모집하고 엄청난 수의 작가들을 배출해 내는 기염을 토한다. 물론 신춘문예나 인지도 높은 문예지를 통해 발표된 입상작들에 견주어 뒤처지지 않는 작품들도 더러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드물다. 소위 이들은 등단하면서도 상금은 고사하고 본인의 등단작이 실린 잡지를 백 권 이상 자비로 구매해야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공공연한 비밀(?)이 그나마 잘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제 돈을 들여서 등단한 사실을 밝히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는 최영미시인이 던진 ‘진담 같은 농담’ 한마디 덕분에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그녀 자신도 근로 장려금 수급논란 이후 잠시나마 개인적으로 뜨악한 경험을 한 셈이다. 인지도 있는 작가가 유명 숙박업소에 제안한 그럴싸함이 어떻게 보면 파렴치해 보일 수도 있다만,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이 언급한 ‘갑질’이란 표현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쪽을 두고 ‘갑’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그녀는 ‘갑’은 아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가 당당하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자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쩌면 그녀는 집을 못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안 가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최영미시인과 일면식도 없다. 시인이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독자들은 그녀를 아는 지 묻는다. 지면을 빌려 밝힌다. 시인들은 ‘시인주식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아니다. 새처럼 자유롭고 싶지만, 또 다른 생업을 짊어지고 지상에 두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도 있고,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호사를 누리는 시인도 있다. 한 마디로 누가 누군지 아는 사람만 안다. 따라서 시인이라 해서 그녀의 역성을 들 생각도 없고, 무의미한 경쟁의식을 갖고 그녀를 폄하할 생각도 없다. 그녀는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 꿈이라 했다.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린 그녀의 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부정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었고 그중에 한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은 그녀가 미국의 여류시인을 언급한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정도 급도 아니면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는 식이었다. 만약 그녀가 ‘도로시 파커처럼 두 번의 이혼을 하고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고 싶고, 수차례의 자살기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면 반응들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따지고 보면 그녀는 그렇게 살고 싶은 ‘꿈’을 꿨을 뿐이고 관련업체에 의사를 물어보고 답변을 받아본 게 전부다. 나름 본인이 적극적으로 업체의 홍보와 강의를 열심히 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녀가 평소 보여준 솔직 담백한 모습대로 다소 견디기 힘든 가벼움은 있었지만, 적어도 공짜로 ‘방 내놔라’는 식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전업 작가를 꿈꾸는 시인들은 많지만, 현실적으로 드물다. 비단 최영미시인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나마 그녀는 강의나 시 낭송 뿐만 아니라 방송까지 간혹 출연하는 유명 문학인이다. 근로 장려금을 수령한 것이 반드시 극빈층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소동 덕분에 한 유명 호텔에서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연락도 받고 어떤 부부는 일 년치 숙박료를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전해진다. 더군다나 집주인이 기간을 연장해 주겠다는 의사도 보였다고 한다. 전화위복이 이럴 때 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이번 일을 통해 그녀의 ‘소박한 꿈’이 누군가에겐 ‘소심한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강의는 고사하고 원고청탁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다수의 무명작가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일뿐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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