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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선물이란

기사전송 2017-09-19, 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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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여고시절 봉재 실습시간에 친구가 첫 작품으로 만들어준 잠옷을, 4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 땀 한 땀 친구의 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선물은 자꾸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대할 때마다 입가에 그려지는 잔잔한 미소는 언제라도 그 친구를 보고 있는 것처럼 훈훈하다.

일전에 특별한 생각 없이 취미삼아 배운 멋 글씨로 만든 작은 액자를 친구에게 건넨 적이 있었다. 실은 액자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모양도 가볍고 조악한 것이다. 단순히 먹과 붓의 명암을 이용해 한지에 그린 작은 그림에다 친구가 사랑해마지않는 첫 손자의 이름이 들어간, 어른의 큰 손바닥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던 모양이다. 때마침 가족 간에 소박하게 손자의 백일 기념행사를 치렀다는 것이다.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는 아기 앞에 간단한 상차림과 나란히 그 액자가 자리를 잡은 사진을 보내왔다. ‘모두 좋아하더라.’는 감사의 문자와 함께….

그런 자리에 놓일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신경을 쓸 것을.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기에, 내가 받은 기쁨은 선물보다 훨씬 컸다. 그렇다. 마음에서 우러난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선물이란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기에,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따뜻한 정과 공감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선물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선물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선물로 인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이 발생됐기에 선물의 규모와 범위 등을 법으로 정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을 법이라는 잣대로 규격화해버린다는 것은 삭막하고 기분이 씁쓸해지는 일임이 분명하다. 법이 생기게 됨으로써 선물에 대한 적정 울타리가 만들어졌다며 부담이 줄고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환영하는 그룹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생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며 울상을 짓는 당사자들도 있다. 또는 초기의 과도기를 지나면 자연스레 안정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도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통칭 김영란 법)」이 바로 그 법이다. 대상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지된 금품을 수수한 일반인에게도 적용이 된다니, 사실상 전 국민에게 해당된다고 보아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선물이 오가는 계절이 다가왔다. 추석선물이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아는 얼굴을 떠올리며 선물을 고르는 재미는 경험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조금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부푼 가슴은 즐겁고 들뜨기 마련이다. 다만, 격식을 차리기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선물이라면 이제는 사라져야할 어두운 문화가 아닌가 한다.

공교롭게도 부담이 큰 선물일수록 포장의 부피 또한 큰 것 같다. 선물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재질을 이용한 화려한 포장을 벗겨내다 보면 감사의 마음보다 짜증이 더 크게 남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적정 포장의 기준을 정하고, 내용물에 비해 과대한 포장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서는 명절 전에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대형마트 등의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과대포장 집중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과대포장은 자원의 낭비는 물론 환경오염과 상품 원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된다. 더불어 포장을 뜯고 버리는 불필요한 수고와 받는 사람의 실망감은 어쩔 것인가. 상품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 또는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 등 실속 있고 안전한 포장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비단 선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마음이 풍성해지는 한가위에, 겉치레나 크기보다는 성의와 관심으로 포장된 따뜻한 선물이 어떨까. 혹은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이나 친지들에게 정이 담뿍 담긴 감사와 안부의 목소리라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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