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은 왜 붉은가 - 뿌린 대로 거둔다
학은 왜 붉은가 - 뿌린 대로 거둔다
  • 승인 2017.09.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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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유럽의 풍경 사진을 보면 붉은 기와지붕이 많습니다. 붉은 기와지붕이 바닷가를 따라 겹겹이 마을을 이루고 있거나 깊은 숲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기와는 대부분 진한 회색입니다. 거의 검은 빛에 가깝습니다. 뒷날 만리장성에 가보았더니 그곳 바닥에도 검은 색 벽돌이 깔려 있었습니다.

왜 유럽의 기와는 붉고 중국의 기와는 검을까요?

그 의문은 그곳에 여행을 해보고 조금 풀렸습니다. 유럽의 기와는 흙 속에 열을 받으면 붉게 변하는 광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유럽에도 열을 받으면 검게 변하는 흙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황색을 띤 붉은 기와가 둘레의 자연에 비추어 훨씬 더 밝고 산뜻한 기분을 줍니다. 따라서 더 많이 찾게 되었고 더 비싼 값에 팔리었기에 대개의 지붕에 붉은 색 기와가 올라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는 벽돌의 대량 생산을 위해 호수 바닥의 뻘 흙으로 기와와 벽돌을 구웠기 때문에 검은 빛을 띤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무리를 이루는 홍학(紅鶴, flamingo)을 보고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수많은 색깔 중에 홍학은 붉은 빛을 띠게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일전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야생 홍학이 서식하는 것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1년간 추적 끝에 지난 8월 25일 저녁 새만금 간척지에서 홍학 한 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며 노니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밝히고, 그 사진을 공개하였습니다.(조선일보 2017년 8월 29일자)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홍학이 야생 상태로 국내에서 처음 관찰됐다는 것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기후 환경이 홍학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홍학은 보통 날개의 깃을 잘라놓기 때문에 먼 곳까지 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이 홍학은 날개가 온전한 것으로 보아 야생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홍학 서식지가 5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카자흐스탄이어서 이 홍학이 어떻게, 왜 우리나라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홍학의 붉은 빛깔은 그 먹이에 비밀이 있다고 합니다.

갓 태어났을 때에는 회색이었지만 점점 자라면서 우아한 붉은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것은 홍학의 주 먹이인 갑각류의 성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홍학은 부리에 있는 가느다란 이(齒)를 여과기로 사용하여 뻘 속의 게, 새우 등 갑각류를 걸러먹는데, 이 먹이 속에 들어있는 아스타신이라는 붉은 색소가 홍학의 털빛을 점점 붉게 물들인다고 합니다. 아스타신은 당근의 색소와 같은 계통인 카로티노이계 색소로서 사람도 그와 같은 색소를 많이 섭취하면 얼굴에 붉은 빛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홍학은 가느다란 긴 다리를 가지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포식자가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홍학은 같은 먹이를 먹고 같은 붉은색을 띱니다. 따라서 빛깔로 자기와 동류이며 공동체적인 삶을 이어간다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홍학은 연약한 개체임에도 자연 상태에서 약 20여 년의 수명을 이어갈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곳에 분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의 붉은 기와가 그러하듯이 홍학의 붉은 색 또한 그 먹이의 성질에 달려있었습니다. 이로 보면 우리가 평소에 무엇을 먹으며, 무엇을 생각하며, 어떠한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도 그 모습이 이루어진다 하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하루하루를 경건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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