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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닮은 새 - 갈수록 세상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기사전송 2017-09-26, 2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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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요즘 농촌에 가보면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 플라스틱 줄로 엮은 그물입니다. 배추나 무 등 잎채소를 보호하기 위해서 밭 둘레에 담장처럼 둘러놓기도 하고, 포도나 사과 등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밭 전체를 덮어씌우기도 합니다.

그물대신 금박 은박 비닐 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은빛 금빛으로 번쩍이도록 하여 새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고, 사과나무 밑에 깔아서 햇빛 반사를 통하여 사과 빛깔도 좋게 하면서 동시에 조수(鳥獸)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습니다.

가짜 대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리만 요란한 앰프 대포입니다. 이 가짜 대포에 설치되어 있는 타이머는 새들이 모여드는 주기에 맞추어 깜짝 놀랄 폭발음을 일정한 간격으로 터뜨리도록 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수들은 이러한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농작물을 노리고 있습니다. 몇 번 겪어본 다음에는 그것이 자기를 속이기 위한 장치임을 눈치 채고 수시로 농장에 침입하는 것입니다.

이에 농민들은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최근에 등장한 것이 가짜 독수리입니다. 옛날에는 허수아비를 세워 사람 흉내를 내게 하였지만 이 허수아비가 가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챈 새들 때문에 별무효과라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가짜 독수리는 비닐로 만들어져 있는데다 장대에 매달려져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날아오릅니다. 허수아비는 바람이 불어도 가만히 서있지만 요란한 무늬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장된 이 비닐 독수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불쑥 치솟아 오르니 새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영리한 새들이 이 비닐 독수리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챌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농촌 농기구 가게에서 잘 팔려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조선시대 전라도 홍도지역에 떠돌았던 호문조(虎紋鳥)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호문조는 호랑이 무늬를 지닌 커다란 새를 말합니다. 이 새는 너무나 위엄이 있고 무서워 이 새를 보는 순간 뱃사람들은 모두 얼어붙고 만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그 섬에 다가가지 않으려 하였다고 전해집니다.

호문조 이야기는 이덕무(李德懋)가 지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나옵니다. 이에 따르면 조선 영조 때 오늘날의 전라남도 홍도인 홍의도(紅衣島)를 조사하기 위해 비변랑(備邊郞; 군사기밀을 담당하는 종6품)을 파견하였을 때라고 합니다.

이에 일행을 실은 배가 홍도로 향해 나아가면서 한 무인도에 정박하였을 때, 섬 안에서 큰 새가 숲 속에서 부스스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 새는 머리가 큰 장독 같았고 날개는 호랑이 무늬를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그물을 뒤집어쓰고 숨을 죽였다고 합니다. 자칫하다가는 이 새에게 낚아 채일 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조사단 일행은 행동거지를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습니다.

이덕무는 이 이야기가 비변랑 일행을 따라갔던 화가가 그림으로 그려 전하였기에 알려졌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일본기략(日本記略)’을 인용하며 말하기를 813년 일본의 제52대 차아천황(嵯峨天皇) 치세 시절, 궁궐 호위부선인 우위문부(右衛門府)에서 새 한 마리를 바쳤는데 모습이 호랑이 같고 날개, 털, 다리가 다 붉었는데, 당시 사람들이 그 이름을 몰랐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날개에 호랑이 무늬가 있다 하여 호문조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이덕무는 홍의도에서 화가가 본 새가 바로 이와 같다고 하면서, 수리부엉이가 고양이라면 이 새는 호랑이에 비유할 수 있는바 어쩌면 날아다는 호랑이일지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농촌에서는 이 날아다니는 호랑이를 밭에 띄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세상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언젠가는 이 비밀도 드러날 것이고 사람들은 또 다시 신비로운 그 무엇을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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