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이름의 죄책감
부모라는 이름의 죄책감
  • 승인 2017.09.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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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많은 엄마들로부터 연휴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엄마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역시 ‘어떻게 하면 이 긴 연휴를 아이가 알차게 보내게 할까?’하는 것이다. ‘알차다’의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어떤 엄마는 여행을 준비한다. 중간고사 중에 고생한 아이를 위한 선물이다. ‘자기주도공부캠프’를 보내기로 결정한 엄마도 있다. 긴 방학을 이용해 다가올 기말고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신력을 북돋워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당일에만 잠깐 시댁과 친정에 다녀오고 아이가 공부하는데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하는 엄마도 만났다.

어쨌든 이들이 모두 한결 같이 고민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할까?’이다. 엄마들의 마음속에 가족 구성원 전체의 행복은 뒷전이다. 엄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일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고, 특히 아빠를 위해 준비된 것은 전무하다. 부모라면 당연히 아이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각오하는 것이 완벽한 태도라고 보는 모양이다.

아이를 위해 해주어야할 것들에 대해 듣고 있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모역할에는 기본적으로 죄책감이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엄마들은 자신을 ‘자기희생의 시간을 견딘 끝에 완전무결한 사랑을 아이에게 주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가족여행 길에도 ‘아이를 위해 가는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대출을 해서라도 엄청난 금액의 캠프 비용을 지불하며, 남들처럼 해주지 못하면 행여 아이에게 나쁜 엄마가 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한다.

그 뿐인가?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가 아픈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런 저런 병에 걸리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 병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면역력이라는 것이 생겨 점점 건강해지는 것인데도 열이 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부족한 엄마라서...’라고 눈물바람을 한다. 아이가 친구와 다투기만 해도, 유치원에서 편식을 해도, 숙제를 빼놓고 안 해가도, 성적이 떨어지거나 놀다가 다쳐도 엄마들은 이게 다 내가 더 잘 돌보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엄마들의 머릿속에서 ‘부모’는 ‘죄책감’과 한꺼번에 묶여있는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죄책감은 아이를 때리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엄마가 느끼는 죄책감은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이고, 양육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지켜야할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아이에게 깊은 사랑을 주는 것과 동시에 단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관된 훈육을 해나가야 한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고,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가정에서 부모가 해야 할 교육이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되면 아이의 행동을 제재하거나 허용하는데 혼란을 느낀다. 부모가 혼란스러워하면 아이 역시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지 알지 못한다. 어떨 때는 해도 괜찮은 행동에 어떨 때는 부모가 미안해하고 괴로워한다면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지겠는가?

부모는 아이에게 한결같은 등대가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든든한 등대 같아야 할 부모가 죄책감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면 아이는 엄마로부터 불안을 전이 받게 될 뿐 사랑도, 훈육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이전에 부모였던 적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 우리생애에 첫 번째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부모역할에 서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니 부모 역할에 서툰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세상에 ‘완벽하게 좋은 부모’는 없다. ‘육아 천재’나 ‘좋은 부모 자격증’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우리는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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