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22일 일요일    단기 4350년 음력 9월3일(壬午)
오피니언대구논단

한가위 단상

기사전송 2017-10-01, 19:43:31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지난 토요일 고향에 벌초를 갔다. 벌초를 하면서도 계속 ‘어릴 적엔 산들이 아주 높았었는데 왜 이렇게 낮아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오너라. 달 따러 가자/장대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뒷동산 올라가 무등을 타고/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하고 코흘리개 동무들과 동요를 신나게 부르며 동산에 올랐었다. 그 놀던 동산에서 무등을 타던 허리 굽은 소나무는 이미 베어지고 없었다. ‘산천의구(山川依舊)’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산소의 풀들이 차츰 베어 넘어지면서 풀무치, 방아깨비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갔다. 살금살금 방아깨비를 한 마리 잡아서 긴 뒷다리를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았다. 방아깨비는 뒷다리를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디딜방아처럼 방아를 찧었다. 벌초에 따라온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방아깨비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이 메뚜기를 잡느라고 천방지축 야단법석이었다. 지난 날 필자가 신나게 놀이하던 어렸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벌초를 하면서도 마음은 자꾸 동심으로 돌아가, 고샅길로 홍시를 줍던 시골 동네 골목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왁자지껄하던 흙 담 골목은 사라지고 이제는 몇 채 남지 않은 집들이 적요하기만 하였다.

올 한가위엔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음력 팔월 보름을 신라에서는 유리왕 때 가배(嘉俳)라 했단다. 당시 두 편으로 나뉜 여성들의 길쌈내기 시합 기록도 있고, 명칭도 가배일, 가배절, 가위, 가윗날, 추석날로 불리었단다. 이 날은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을 따다가 차례를 지냈다. 그리고 놀이로는 씨름, 줄다리기, 강강술래 등이 있었다.

고려의 시가 ‘동동(動動)’중 팔월령에 ‘팔월 보름은 아으 가배(嘉俳)이건마는/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가배(嘉俳)여라/아으 동동(動動)다리’라 하였다.

동동(動動)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시가로써 가배(嘉俳)날이면 뭇사람들이 은연중에 인정하는 허용된 분위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남녀가 한 쌍이 되어 다소곳이 고개 숙여 소원을 기원하며 희망을 염원하는 모습은 진정 아름다웠으리라.

이 동동(動動)의 내용들이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남녀상열지사니 점잖지 못한 상말이니 하여 비사리어(鄙詞俚語)의 대접을 받기도 하였다.

가배 용어는 고려 때까지도 그대로 전승된듯하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가배보다도 팔월대보름, 중추절, 추석, 한가위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정유년대한민력(책력)에는 추석날을 ‘음둔하원(陰遁下元)’이라 하였다. 팔월보름날 밝은 달에 그늘이 숨는다는 의미이리라. 얼마나 밝은 달이면 그늘이 숨어버릴까? 언어표현의 극치이다.

김시습은 달을 ‘객지생활 오래라…./설움이 많아 머리엔 서리가 내렸네./오늘밤 고향 산의 달/예전 그대로 소나무 집 비추고 있겠지.’하였다. 차츰 나이가 들면서 고향이 그리워진다. 고향의 산천이 떠오르고 옛 집이 그립고 부모 형제가 생각난다. 어쨌든 태어나고 자란 예전 그대로의 소나무 집에서 하룻밤이라도 뜨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보고 싶다. 휘영청 밝은 달빛은 광창으로 굴절되고 툇마루에 앉은 옛 동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전래동화가 재미있게 주절대는 한가위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호우는 달밤을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할아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라고 읊었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조웅전은 무용담이다. 조웅은 무술을 열심히 연마하여 자기 나라를 괴롭히던 이웃나라를 징벌하고, 임금님을 배신한 무리들을 혼내준다는 진충보국(盡忠報國)의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소곤소곤 자장가처럼 들려준 이야기는 열성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라는 전래동화이다.

할아버지는 율시를 읊으시다가 달이 밝았다. 그 운율에 온 세상 쉬는 숨결들이 한 갈래로 맑다. 그저 미움도 더러움도 있으면 아름다운 사랑으로 밝히는 한가위로 더디 새고 싶을 뿐이다.

한가위 밝은 달을 보며 ‘달이 사람을 크고 둥글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달을 크고 둥글게 보는 것이다.’고 되뇌어 보라. 항상 생각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경계 없이 드나들며 소원을 성취시켜 주리라. 한가위 보름달처럼.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