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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정치지도자에게 개헌의지가 있느냐

기사전송 2017-10-09, 20: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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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박근혜대통령 탄핵을 전후해서 제왕적대통령이 태어나지 않게 하려면 헌법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제왕적대통령의 가장 나쁜 사례로 박근혜가 뽑힌 것이다. 반박은 없었다. 현행헌법이 좋다고 말했다가는 반민주인사로 낙인찍힐 사회적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금방이라도 개헌이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것은 대선 전에 개헌하지 않으면 새로 당선한 사람이 개헌에 냉담해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더구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문재인후보는 개헌 후 대선보다 선거를 먼저 치른 다음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탄핵이 결정된 후 2개월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법적상황에서 개헌부터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까지 곁들여 개헌문제는 자연스럽게 대선 후로 넘겼다. 그러나 찜찜한 마음만은 그대로였다.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구태여 서둘러서 개헌에 착수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회의였다. 현행헌법은 6월 항쟁의 소산이어서 나름대로 민주적 요소를 크게 가미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정치적 소산은 대통령직선제였다. 유신 이후 대의원 또는 선거인단이라는 이름으로 5천여 명이 흑백투표 하듯 했던 간접선거의 맹점을 경험했던 국민들은 직선제만 되면 요순을 뛰어넘는 훌륭한 대통령이 저절로 탄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집단적 착각이었지만 정치인들은 그렇게 홍보했다.

그 뒤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른바 제왕적대통령으로 군림하며 국민들을 실망에 빠트렸다. 국민들이 직접 뽑아준 대통령이라는 정통성을 이마에 내걸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강변했다. 국민들은 내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인데 설마 국민을 배반하겠느냐 하는 안이한 신임으로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표했다. 그 결과 노태우는 천문학적인 부정축재를 자행했으며, 김영삼은 문민대통령으로 포장하면서 아들의 권력남용과 치부를 막지 못했다. 김대중 역시 최초의 호남출신을 내세워 아들 셋이 모두 돈의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대도록 놔뒀다. 노무현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기풍을 기대했지만 형과 부인이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했으며 이명박은 형의 농단을 빤히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했으니 한심한 일이다. 박근혜의 최순실 국정농단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탄핵과 구속재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이들 여섯 대통령들이 하나 같이 황금연못에 빠져 헤쳐 나오지 못한 것은 직선제대통령으로서 누구도 시비할 수없는 국민의 성원이 있다고 착각한데서 나온 해프닝이다. 따라서 현행헌법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제왕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권력진용은 낯부끄럽긴 하지만 현행헌법에서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남몰래 향수하며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서 이를 완화시키고 국민의 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당위성은 그들을 위해서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회에서는 개헌특위가 가동되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 선봉장이다. 그 역시 큰 꿈을 버리지 않았겠지만 언제부터인지 국회의장은 임기를 마치면 은퇴하는 것처럼 관행이 되었기에 이를 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시대를 누빈 지도자로서의 경륜과 경험을 살리는 것도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그가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개헌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럽다. 지난 국회에서는 개헌전도사의 별명을 얻은 이가 이재오다. 그는 줄기차게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며 개헌선구자가 되었으나 정치지도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했으며 총선에서 낙선하는 통에 뒤안길로 밀렸다.

이제는 국회에 공이 넘어갔다. 이주영의원이 개헌특위장을 맡아 사명감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실체적 접근은 미지수다. 국회의장실에서는 국민 68.6%, 국회의원 94.2%가 찬성한다고 발표했으나 한 때 80%를 웃돌던 국민의 찬성률이 많이 빠진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개헌논의다. 제왕적대통령이 아닌 헌법을 만들려면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덤벼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지금 특위 논의상황을 보면 헌법전문부터 문제다. 대통령이 5·18을 거론하자마자 6월 항쟁, 촛불정신까지 덩달아 나왔다. 게다가 동성애문제, 검사권한 축소 등등 62개 항목 중에서 33개가 논란의 대상이다. 이것은 개헌을 하지말자는 얘기다. ‘제왕’을 없애는 키는 권력구조다. 대통령의 중임과 4년제 임기냐 아니면 이원집정부제냐 하는 양 갈래뿐인데 이를 놔두고 곁가지만 건드리면 하대명년이다. 개헌의 이상성(理想性)을 존중한다면 62개 아니라 620개라도 모두 합의에 붙여야 되겠지만 날도 새기 전에 닭이 먼저 달아나고 만다. 이해상충, 이념차이, 각자소신이 뒤엉키면 ‘제왕’은 개헌만 재촉하는 것으로 면피가 될 것이고 책임은 모두 여야 국회에서 져야 한다.

개헌은 자신을 버리고 국민과 미래를 위한 준비여야만 성공한다. 알렉산더의 매듭 끊기처럼 일도양단의 결단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치지도자의 의지와 신념으로 백화점식 나열을 지양하고 권력구조 하나만으로 끝내는 것이 개헌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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