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조는 왜 수컷만 붉은가 -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홍관조는 왜 수컷만 붉은가 -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 승인 2017.10.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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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북미(北美) 대륙에 폭설이 내리면 많은 새들이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숨을 거두고 만다고 합니다. 겨울이 그치고 이듬해 봄이 되면 녹아내리는 눈 속에서 죽은 새들의 시신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새들은 시기에 맞추어 이동하는 것입니다. 고정된 먹이가 없는 새들에게는 머뭇거림이란 곧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바람의 빛깔에 따라 단체 여행을 서슴없이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눈이 많이 쌓이는 북미 대륙의 북쪽에 참새만한 크기인데 머리에 관(冠)을 쓴 듯한 붉은 빛깔의 새를 한겨울에도 더러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남부지방에서 먹이를 구하러 올라왔다가 그만 내려가지 못한 채 겨울을 맞고 만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베란다나 마당에 모이를 뿌려주곤 한다고 합니다.

눈이 내리는 가지 위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이 새의 사진을 본 적 있습니다. 마치 흰 눈 속에서도 빨강 열매를 매어달고 있는 참빗살나무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눈 속에서도 붉은 열매를 지키고 있는 이 나무를 보고 경탄해 마지않았는데, 이 새 사진을 보자 금방 이 빛나는 나무가 떠올려졌습니다.

이 새가 바로 홍관조(紅冠鳥, Cardinals)입니다. 홍관조는 온몸이 붉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 긴 깃털이 마치 관(冠)을 연상하게 한다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고구려 벽화 속 깃털관(鳥羽冠) 그림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러나 암컷은 ‘보이지 않는 새’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작은데다 갈색입니다. 둘레의 색깔에 맞출 뿐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습니다. 행동도 요란하지 않아 그저 최소의 먹이만 구할 뿐 다소곳합니다.

이는 아마도 알을 낳아야 하는 암컷이기에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쓴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저 알을 키울 만큼의 열매만 먹고 온전히 종족 보존에만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수컷 한 마리에 암컷 여러 마리가 짝을 이루는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역시 종족 보존 시스템과 관계 깊어 보입니다. 수컷이 요란한 붉은 색을 지닌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홍관조는 작지만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이 새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야구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Cardinals)’의 ‘카디날’이 바로 홍관조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홍관조는 홍관조과(紅冠鳥科; Cardinalidae)로서 참새목에 속하는 조류입니다. 북미와 남미에서 주로 발견되는 명금류(鳴禽類)입니다. 우는 습관에 따라 풍금조과(風琴鳥科)와 사촌 정도로 보기도 합니다. 명금류는 쉬지 않고 무엇을 달라는 듯 계속 소리를 냅니다.

명금류는 참새아목(Passeri)에 속하는 노래하는 새 종류를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전 세계 조류의 거의 절반인 35~55과(科) 4,000종(種) 이상이 이 명금류에 속해 있는데 대부분의 사육조도 이에 속합니다. 모두가 가락 있는 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발달한 발성기관(發聲器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미에서 이 새를 베란다로 불러 모이를 주어보면 참으로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수컷은 암컷에게 암컷은 수컷에게 서로 모이를 입에 넣어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새끼들도 마찬가지여서 혼자 있을 때에는 자기 스스로 잘 쪼아 먹다가도 어미가 돌아오면 어미가 입에 넣어주는 모이만 받아먹는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생존 전략인지 사랑의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홍관조는 주먹 크기의 작은 새입니다. 겨울에 먹이를 구하지 못하거나 포식자를 만나면 생명의 위험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몸 색깔이나 생활습관을 생존에 적합하도록 발전시켜 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새들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도전마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 세상은 무엇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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