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물 관리, 왜 못하나?
통합 물 관리, 왜 못하나?
  • 승인 2017.10.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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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손바닥만 한 광고지와 함께 거리에서 나눠주는 작은 생수 한 병을 받았다. 마침 물을 마시고 싶었기에, 기다렸던 듯 반가웠다.

집에서는 평소 물을 끓여서 마신다. 그런데 물을 일일이 끓이는 것이 귀찮지도 않느냐며, 딱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수기 한 대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는 뜻이다. 또는 생수를 배달시켜 마시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척하지 않는 정수기 물이나 간간이 뉴스의 머리를 장식하는 믿지 못할 생수보다 수돗물이 훨씬 낫다는 주장을 펼치고는 한다.

그렇게 먹는 물에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을 믿고 싶고, 상당부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삼시세끼 먹는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이는 수돗물을 믿지 못해, 마시는 물만큼은 정수기나 생수로 대체한다는 것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기온이 떨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고 떨어지는 낙엽이 가을의 정취를 더욱 진하게 하고 있다. 차가운 날씨는 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낙동강의 큰 물그릇 보(洑)에 가득 찬 물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여름 내내 문제가 되었던 녹조 현상도 자연스레 수그러들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절이란 그렇게 돌고 돌아 사람과 동?식물 등 생태계를 순환하게 하는 바탕이 되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라는 것으로 정부와 환경단체 간에 의견이 충돌하고 있음을 잘 안다. 보에 가두어 둔 물을 흘려보내야한다는 큰 목소리와 일정 범위 이상 수위가 낮아질 경우 농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눈물어린 주장도 뉴스를 통해 듣고 있다. 그런데 속 시원한 해결방법은 어느 쪽에서도 내놓기가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하나의 물을 두고 목적에 따라 관리하는 기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문제를 더욱 힘들고 복잡하게 하는, 하루빨리 풀어야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수질에 대한 관리는 환경부가 하고, 수량 관리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농업용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관장하는 등 제각각 다른 주장과 논리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기적절한 대응이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조직에 대한 크고 분명한 메시지는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자’는 것이었다. 물을 아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랜 숙원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아 매우 반가웠고, 기대도 컸다. 그런데 당장 해결이 될 것 같던 ‘물 관리 일원화’가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제외가 되었다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함께 물 문제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물 부족이 심화되면서, 물은 이제 산업을 넘어 안보의 개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비가 오는 시기가 여름 한 철에 집중되어 있으며, 바다로 빠져나가기 쉬운 지형조건 등으로 양을 조절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관리기관까지 이곳저곳 흩어져있다는 것은, 물 관리의 효율성 문제뿐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은 처사다.

전문가들은 물 산업을 ‘블루골드(Blue Gold)’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물 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시기에 통합 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할 정부기관 간에 부처 이기주의나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통합 물 관리, 왜 못하나?

반대를 주장하는 조직이나 단체 또는 이해집단이 있다면, 누구나 고개 끄덕일 수 있는 분명한 이유를 설명해주기 바란다. 서민들의 눈에는 같은 국민이 먹고 마시는 물, 더구나 같은 그릇에 담긴 물을 관리하는 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사람이 한 순간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 물이며, 물은 생명이다. 물 산업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통합된 관리와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곧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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