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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에녹 실종사건

기사전송 2017-10-24, 21: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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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녹은 축복받은 삶의 대표적 인물이다. 에녹은 65세에 구약성경의 최장수 인물인 므두셀라를 낳은 후, 30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이 그렇게 표현한 에녹 관련 사실은 그가 365세에 갑자기 실종되었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하늘에 올라갔을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경건하게 살아가던 에녹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 정황상 맞을 것이다. 에녹 당시 거의 대부분이 7백년에서 9백년을 살았으니 그는 당시 평균 연령의 반 밖에 살지 못한 것이다. 남자의 평균 수명이 80세 정도인 오늘 날이라면 약 40세에 경건한 한 남자가 갑자기 실종된 것과 같다.

약 십여 년 전에 가까운 후배의 부친이 갑자기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벌초하러 갔었는데 벌초 후에 뒤처져 내려오던 부친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족들이 온 산을 샅샅이 수색하듯 찾았으나 찾지 못했고 실종 신고를 하여 경찰과 군견까지 동원하여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후배의 가족들은 몇 년 동안 큰 고통을 겪었고 특히 그의 모친은 오랫동안 정신적인 충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 가족을 위로하는 것은 참 쉽지 않았다. 그냥 함께 걱정해 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었다.

창세기를 읽는 우리는 거기에 기록된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을 읽는다. 그러나 그 실종 사건은 슬픔이 아니라 소망으로 읽힌다. 창세기의 기자는 평균 연령의 반 밖에 살지 못하고 사라진 한 남자의 인생이 실패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앙 좋은 그 남자의 실종이 불행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사랑하여 그를 데려간 것이라 말한다. 아마도 에녹의 가족은 애써 스스로 그렇게 위로하며 충격과 슬픔을 감내했을 것이다.

창세기의 기자는 그렇게 인간의 관점과 하나님의 관점이 다름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가족과 함께 오래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라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 두고 일찍 이 세상을 떠나버린 에녹이 오히려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인식과 하나님의 관점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장소이다.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를 보며 어느 누구도 그곳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가 매달린 십자가는 하나님의 저주를 상징했고 그곳에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리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부활과 그 이후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십자가야말로 하나님이 함께 하신 너무나 분명한 공간이었음을 증명한다. 인간이 하나님이 절대 함께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그 삶의 공간에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함께 하신다. 종교개혁의 불을 지핀 루터는 그것을 ‘십자가의 신학’이라고 불렀다.

십자가의 신학은 성공과 형통, 그리고 웅대함 속에서만 하나님을 만나려는 사람들을 경책한다. 하나님은 성공과 형통 그리고 웅대함 속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대 계시지 않으시리라 생각되는 그 곳에 하나님께서 계실 수 있음을 시사한다.

10월의 마지막 주일은 개신교가 종교개혁 주일로 지키는 날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종교개혁 주일. 한국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더 낮은 곳에 계시는 하나님을 향하여 더 낮은 곳으로 방향을 틀 때이다. 성공과 형통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패와 절망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이 더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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