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한국의 교육
방탄소년단과 한국의 교육
  • 승인 2017.11.3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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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내가 방탄소년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3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막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자신의 방을 방탄소년단의 사진으로 도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름이 이상한 것만 빼면 다른 보이그룹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였지만, 딸아이는 방탄의 음악과 칼군무에 열광하며 그들의 사진이나 굿즈(아이돌 관련 상품들), 음반을 사느라 용돈의 대부분을 썼다.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탄 멤버들의 이름과 신상명세를 알게 되었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의 이름뿐만 아니라 나이, 각자 맡고 있는 파트, 그들의 고향까지 빠짐없이 아이를 통해 학습했다. 딸아이는 그들이 만드는 음악과 뮤직비디오 속에 내포된 의미에 대해 감탄을 거듭했는데, 나는 다른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그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매일 몇 번씩 보다보니 아들 같은 느낌마저 드는 그들이 지난 11월 19일 “이들의 무대를 소개하려니 긴장된다. 국제적 슈퍼스타라는 수식어도 부족한 팀”이라는 사회자의 소개로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무대에 올랐다. 딸아이에게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드에 정말 방탄소년단이 출연한다고?”라고 물었던 무식했던 나는,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면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소녀들이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컬러풀한 옷을 입고 각을 딱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멋져 보일 수는 있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 동양에서 온 작은 남자아이들에게 도대체 왜 저들은 열광을 하는 것일까?

내 몰이해와는 상관없이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소셜 50’차트에서 50번째 1위,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는 물론 북·남미와 유럽·아시아 등 50여 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세계적인 음악무대와 미국 내 유명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K-POP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의 한계를 시험 중에 있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거대한 업적을 사회평론가들은 ‘BTS(방탄소년단의 해외활동 이름) 현상’이라 부른다. 싸이 신드롬이 유튜브의 우연성이 기대어 만들어진 것에 비해, 방탄소년단은 미국시장을 겨냥한 어떤 프로덕션 없이도 디지털환경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팬덤의 힘만으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가뿐히 뛰어넘어 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는 중이다.

예전에 딸아이에게 왜 그렇게 방탄소년단이 좋으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딸아이는 방탄소년단이 메이저 기획사에서 키운, 어른들 손으로 만들어진 스타가 아니라 중소기획사 출신인 점. 스스로 곡과 안무를 만드는 아티스트라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심지어 멤버 모두가 지방출신이며 대구가 고향인 멤버도 2명이나 있다는 것도 좋고, RM이라는 멤버는 미국드라마를 보며 혼자 배운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한다는 점도 멋지다고 했다.

커다란 아메리칸뮤직어워드 무대를 뛰어다니고 미국 토크쇼에 출연해 자유롭게 인터뷰를 하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어리지만 단단한 그들의 땀과 진정성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른들의 기획 아래서 자라지 않고 스스로의 어려움을 스스로 뛰어넘겠다는 자부심도 엿보였다.

그렇다. 그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그들 스스로 그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을 진정성 있게 자신들의 노래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마련한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엄마가 가라는 학원에 억지로 가는 아이가 성공할 무대는 이제 없다. 방탄소년단이 걸어가는 길이 부디 방탄의 팬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많은 울림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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