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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어느 경찰관의 안타까운 죽음

기사전송 2017-12-24, 19: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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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2017년 12월 22일 02:47분경 사망.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A아파트 9층에서 추락. 사망자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경사 정모씨. 가족관계는 처(36세), 자(6세), 어머니가 있다. 사건 발생의 개요는 이렇다. 사망 하루 전 20:11경 ‘아들이 번개탄을 사가지고 들어 왔는데, 조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112신고 2건 접수 후 한 모 경위와 정경사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한 경위는 거실에서 자살 의심자 A(87년생)의 아버지와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정 경사는 방에서 A와 어머니를 대상으로 상담을 하던 중 갑자기 A가 동생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궜다. 방안에서 창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 아파트 외벽을 통해 구조작업을 벌이려다 미끄러져 9층에서 추락해서 사망했다. 전부다.

“우리는 한 젊은 경찰관을 끝내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다.”

“그는 타살이다. A뿐만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다가도 권력이 정의고, 무능이 부정(不正)임이 드러날 때마다 삶에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모두 A처럼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니다. A처럼 나약한 우리들의 생각이 한 경찰관을 죽음까지 내 몰았다. 그가 죽어가며 수없이 불렀을 어린 아들과 아내,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이 서럽다. 그런 그를 우리가 죽였다. 만약 경찰이 출동해 있는 현장에서 A씨가 자살했다면, 우리는 살아남은 두 경찰관에게 또 얼마나 질타를 퍼부었을 것인가.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버리고 A를 구한 셈이 되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은 경찰관이 안타깝게 어린 아들을 두고 업무 중에 사망한 사건들에 안타까움을 전했지만, 혹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어떻게 외벽을 탈 생각을 했냐고 고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이들은 ‘지금이라도 A씨의 죽을 권리를 찾아주자’라는 듣기에도 섬뜩하고 무서운 말들이 오갔다. 물론 외벽을 탈 때 안전장치를 해야 하는 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는 맨몸으로라도 고층에서 바깥을 통해 A를 구하려 했던 그의 용기에 대해서만 박수라도 보냈으면 좋겠다. 사고소식을 접한 후 A의 부모가 ‘긴급구조 119’에 먼저 연락을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잖아 들었다. 하지만 그날은 경찰서로 사건이 접수되었고 두 경찰관은 사건 현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되면 안전 장비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가지고 올 만큼의 시간여유를 가질 수조차 없다. 다만 구조와 관련해서 소방서와 경찰서의 공조가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경찰관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쯤은 이제 우리 국민들은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개선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도둑 잡기놀이’를 하더라도 도둑이 되고 싶은 이들은 없다. 다들 경찰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경찰이 되고나면 살인적인 업무량과 형편없는 근무여건에 혀를 내두른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범죄와 마주한 현장은 여전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경찰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고,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경찰관이 공무집행 방해의 죄를 물어 수갑을 채우면, 시민을 제압하는 과정을 촬영해서 어느새 ‘폭력경찰’로 등극시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다.

필자의 근무지가 범어지구대 인근이라 정경사를 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다. 물론 민원인의 입장에서 만난 거지만, 그는 성실하고 사명감이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를 다신 볼 수 없다 생각하니 슬픔을 떠나 허무하기 그지없다. 죽으려고 했던 A씨는 살아남았고, 그를 구하고 ‘더불어’ 살고자 했던 한 경찰관은 죽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A씨가 살아남았으니, 그를 비방해 보자는 의도는 아니다. A씨는 물론 그의 가족들이 느낄 죄책감은 굳이 말 안 해도 충분할 테니까 말이다.

살아야 한다. 부디 A씨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한 아내의 남편이자, 여섯 살 난 아들을 둔 아버지였던 한 경찰관의 죽음을 헛되게 해선 안 될 것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살아남아야 하고 한 경찰관이 이루려 했던 세상을 향한 봉사와 희생의 꿈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정말 미워질 것 같겠기에 말이다.

부디 더 높고 평화로운 곳에서 편히 쉬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고인의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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